동상이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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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15세기에「루마니아」의「트란실바니아」지방에「브라도」공작이라는 영주가 있었다.
흡혈귀「드라큘라」는 바로 그를「모델」로 한 것이었다.
「브라도」공은 당시 구주를 공포에 몰아 넣은「터키」인의 침입에 맞서 2만명의「터키」인을 찔러 죽이는 공포전술을 썼다. 그는 질서유지를 위해 온갖 잔혹한 수단을 가리지 않고 썼다.
이런 영주「브라도」에 대한 지방민들의 공포가 전설화되어「드라큘라」얘기가 생겨났다.
지난해「브라도」공의 사후 5백주년을 맞아「루마니아」의「차우셰스쿠」대통령은『공이야말로「루마니아」건국의 중요한 애국자의 한사람』이라는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여기에는「체코」의 자유화 운동에 동조하는「루마니아」지식인들에 대한 강경정책을 정당화시키려는 저의가 담겨져 있었다
그러나 그는 공산권 내에서 흔히 보는 판에 박힌 인물은 아니다. 「동구의 이단아」라는 별명부터가 이를 말해주고 있다.
지난 66년 주은래가「루마니아」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이국을 앞두고 그가 기초한 공동성명 속에는 반소적 구절이 들어있었다.
이것을「차우셰스쿠」는 삭제하겠다고 고집했다. 마음이 상한 주 수상은 의례적인 이국연설마저 없이 떠났다.
그런지 1주일 후에 이번에는 소련의「브레즈네프」가「바르샤바」회의에서의 공동성명에 중공을 비난하는 구절을 넣겠다고 우겼다. 그러나「차우셰스쿠」는 이를 완강히 거부했다.
이래서 한 영지는 그를 가리켜『괴물퇴치의 마법소년』이라고 평한적도 있다. 공산권에서 제일 먼저 서독을 승인한 것도 그였다. 그는「체코」사건 때에는 소련군의 침입을 공공연히 불법이라 비난하기도 했다.
지난 75년에는 경제협력을 얻겠다고 일본을 방문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미국과의 유대를 강화하는데도 서슴치 않고 있다.
그러나 이 모든게 치밀한 계산에 의한 것 같다. 소련에 대드는 것도 그렇다고 소련이「체코」에 대했던 것처럼 감히 무력행사를 하지는 않으리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의 외신보도에 의하면 북괴 김일성은 미국방문을 앞둔「차우셰스쿠」에게 친서를 보냈다 한다.
이에 앞서 또 다른 동구의 고집스런 민족주의자인「유고」의「티토」대통령도「카터」미대통령에게 미국·남·북한간의 3자 회담 주선을 제의했다고 한다.
「카터」와「티토」와「차우셰스쿠」, 그리고 김일성 모두가 동상이몽, 어느 한 사람인가 크게 헛다리짚고 있는 것만은 틀림이 없다.
다만 까닭이야 어떻든 우리의 등뒤에서 심상찮은 공기가 일고있는 것만은 사실인 듯 우리로선 그리 좋은 느낌이 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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