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보다 2배나 짙게 농약을 물에 타서 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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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수은중독으로 조선대 의대부속병원에 입원중인 고은석씨(58)는 『벼멸구가 극성을 부렸던 지난 76년 여름 살충제「스미치온」·살균제「브라에스」를 분무기로 논에 살포하면서 논바닥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져 두 차례나 마을사람들에 의해 업혀온 일이 있으며 평소 농약희석비율을 기준보다 2배씩 녹여 사용해 왔다』고 털어놓았다.
고씨가 사는 마을은 21호의 가구에 주민 1백67명이 살고있고 가구당 평균 1천5백평 안팎의 논·밭에서 농사를 짓고있다.
고씨는 자기소유 6백평·남의 시제답 1천4백평 등 논 2천평과 밭 1천2백평을 짓고있다.
고씨는 지난해부터 1천4백평은 이웃 김장규씨(53)에게 소작을 주었으며 6백평은 부인 김남순씨(57·장녀 영임양(23)에게 맡기고 송아지를 길러 파는 일에만 전념했다.
이 마을에서 논 1천4백평을 짓고있는 정용채씨(49)는 『해마다 벼멸구·잎마름병 등이 일면 논 3백평당 「파단에스」「다이아지논」입제 등 각종 농약 1백cc에 물 6말(1백20ℓ)씩 혼합, 살포해 왔다』며 『고씨 일가는 평소 농약사용법 등 농사법을 제대로 몰라 농약을 쓸 때마다 이웃에 일일이 물어서 사용했으나 농약을 진하게 할수록 효과가 있다는 점만을 믿고 농약 1백cc에 물 3∼4말(60∼80ℓ)씩 섞어 쓰는 것 같더라』고 했다.
정씨는『대부분의 농민들도 그렇듯이 전문지식이 없는 딸 영임양이 농사를 맡아 읽기도 힘든 영어이름으로 된 수많은 농약들(2백50여종)을 용도와 용법도 제대로 알지 못하고 과다하게 사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고씨는『지난해 가을 무·배추 등 채소에 오갈병이 들었을 때도 영임양은 살충제 「지오렉스」유제를 남보다 두 배나 썼다』고 실토했다.
고씨는 이같이 농약을 뿌린 1주일 후 비도 오지 않았는데 배추를 뽑아다가 쌈으로 먹고 생김치를 담가 광주에 있는 두 아들에게까지 보냈으며 그 때문인지 『김치 맛이 씁쓸했다』며 『아무래도 이 채소에 묻은 농약 때문인 것 같다』고 했다.
고씨 집에서는 농사를 지으면서 볍씨 소독약으로 유기수은제인 「메르크론」(78년부터는 「호마이」로 바뀌었음)을 사용한 것을 비롯, 살충제로 「엘산」유제, 살균제로 「가스가민」「브라에스」「다이아지논」입제 「세빈」 「스미치온」 「파단에스」「밧사」, 그리그 채소의 오갈병에 「지오렉스」유제 등 수십종의 농약을 사용했다.
이들 농약 중 수은이 함유된 것은 「메르크론」하나 뿐이지만 농약에 수은을 함유시키면 침투력 때문에 효과가 극히 좋은 것으로 되어있어 다른 농약에도 수은제가 있을 가능성이 커 고씨 일가가 무슨 농약 때문에 수은중독이 됐는지는 농약종류가 많아 알 수 없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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