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강조 지나치면 문화창조에 지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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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60년대부터 문화계에서 크게 강조되고 있는 전통의식이 문화의 복고적 현상까지 일으켜 현대문화의 창조를 방해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있다.
총력안보 중앙협의회가 민족사의 정통성 인식을 확립키 위해 24일 YWCA강당에서 가진 세미나에서 김철준 교수(서울대)는 『한국문화주체성의 인식』이라는 주제발표에서 『옛날의 생활규범을 오늘날에도 그대로 지키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는 착각으로 지방적 이데올로기를 설정하는 유치한 경향을 보이는 것은 새로운 문화능력이 없는 사회에서 흔히 일어나는 예』라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현대에 살면서 오늘의 역사적 과제를 생각지 않고 형식적인 전통이나 주체성을 강조하는 것은 문화의 적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오늘의 세계문화 속에서 우리문화의 자리를 확보키위해서는 먼저 우리의 고유전통을 현대적 생활토대 위에서 현대적 활동력으로 활성화시켜야 한다는 것.
문화재의 개발이나 전통문화의식이 현대문화 건설에 주요한 기능을 발휘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엉뚱하게 족벌적·지역적 의식의 강조로 나타나 역기능만 강화시키는 예가 많다. 김 교수는 이같은 소중한 전통의식이 한편으로는 토속적·골동적 상품화로 전락하는데 대한 시급한 각성을 촉구했다.
전통의식의 맥락을 구현할 수 있는 현대 문화능력을 갖추기 위한 방안으로 김 교수는 ⓛ현대문화의 이해와 건설노력을 중단하지 말 것 ②문화중심의 도시편중을 탈피할 수 있는 문화기반을 확대 정리할 것 ③현대문화에 내포된 소비성적 다양성과 문화 생산적 탄력성을 구분할 줄 아는 안목을 가질 것 ④문화의 피로와 노쇠를 막고 문화전진을 계속시킬 수 있는 철학을 정립할 것 등을 제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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