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혹조사」한 경관때린건 공무집행방해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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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경찰관이 피의자를 조사하면서 가혹하게 다룬데 격분, 피의자가 경찰관에게 폭행을 가했을 경우 이를 공무집행 방해죄로 처벌할수 없다는 판례가 나왔다.
대법원 형사부는 23일 김중양피고인 (40·경북경주시성건동70)에 대한 공무집행방해사건 선고공만판서 이같이 판시, 김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경찰관이 피의자릍 조사하는 것은 공무집행에 해당하나 조사도중 피의자에게 폭행을 가했을 경우에는 정당한 공무집행으로 볼수 없다』고 말했다.
경찰관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이사건이 비롯된 것은 72년4월11일 밤-.
당시 김씨는 술에 취해 집으로 돌아가던중 서울 관악구 사당2동9 앞길에서 소변을 보다 방범대원에게 붙들려 서울 관악경찰서 남성파출소에 연행됐다.
김씨 주장에 따르면 방범대원들이 느닷없이 발로 차는 바람에 이를 따지자 방범대원들은 연행하는도중 계속 김씨를 구타했다는것. 김씨는 파출소에서 유모순경(44)에게 이를 항의했으나 유순경은 이를 묵살한채 오히려 김씨에게 욕설을 퍼부었다는것.
이에 김씨는 유순경의 멱살을 잡아흔들며 『목을 자르겠다』는 등 욕설로 맞섰고 유순경은 김씨의 손에 수갑을 채우고 발로 차는 사태로 번졌다.
김씨는 그뒤 입건됐고 72년 8월21일 『파출소에서 40분동안 소란을 피워 공무집행을 방해했다』는 이유로 기소됐다.
1심인 서울지법 영등포지원은 77년 6월23일 선고공판에서 『김씨에 대한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할수 있으나 이사건의 경위를 볼때 경찰의 태도를 정당한 공무집행으 로볼수 없다』고 판시, 김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어 『경찰관의 공무집행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국민에 대한 봉사자라는 투철한 사명감에 입각한 것이어야 한다』고 들고 『이사건의 경우 직권을 남용한 가혹행위로서 범법행위에 해당된다』고 말했다.
이에 검찰은 ▲유순경의 「가혹행위」는 「불친절」에 불과하고 ▲김씨를 폭력행위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죄로라도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 항소했으나 2심인 서울형사지법 합의부에서 77년 11윌24일 기각판결을 받았고 대법원에서도 상고기각판결을 받아 김씨의 무죄가 확정됐다.【정일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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