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경제와 임금수준|후지이·도꾸죠(등정득삼) 일 경단련 조사부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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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한국능률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78년의 대기업의 대학졸업자 초임금은 평균 16만5천원에 달해 전년에 비해 21·9%가 인상되었다는데 이것은 일본에서 보아도 놀라울 정도의 숫자인 것 같다.
최고로는 20만원 이상의 기업도 있다는데 일본의 대학졸업 남자의 초임금이 일경단 조사로는 77년에 10만5천엔으로 약 21만원이기때문에 한일간에 차이가 없다고 볼 수 있다.
한국경제는 현재 일본이 밟았던 과거의 고도성장을 능가하는 고도성장을 한창 이루고 있는데 임금이 경제실세를 앞지르고 상승하는 것은 한나라의 경제장래에 큰 불안요소가 될 수 있다.
대학졸업자 초임금은 일본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인구1인당 GNP는 77년도 기준 한국은 42만원이고 일본은 3백60만원이기 때문에 한국의 경제수준은 일본의 8분의1에 해당한다. 바꿔 말하면 초임금이 한나라의 경제수준에서 볼 때 현저하게 높은 것은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또 한국 제조업에 있어서 일반 생산종사자의 평균급여가 5만1천원 전후인 것에 대해서도 평균 16만5천원인 대학졸업자 초임금이 약 3배나 높은데 이같은 격차를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일본에서도 전전 대학졸업자가 소수의 엘리트로 군림하던 때가 있었지만 그때도 대학졸업자 초임금은 현업근로자 임금의 평균과 같은 수준이었다.
초임금이 이처럼 높은 수준인 것은 결국은 임금의 전체를 현저하게 상승시켜 경제성장을 도중에서 좌절시킨다는 점을 주의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 첫번째는 인플레이션의 격화다.
일본의 유력한 노조단체인 「동맹」조차도 『임금을 인상하면 그 6할이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나타난다』는 분석을 내릴 정도다.
한국 경제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72년부터 76년까지 5년간 제조업의 생산종사자 임금은 평균 25%정도 상승했는데 소비자물가는 이 기간에 16%정도 상승함으로써 임금인상분의 6할이 물가상승으로 나타난다는 구조를 보였다.
두번째로 고임금은 산업의 국제경쟁력을 약화시켜 경제성장을 좌절시킬 우려가 있다. 이같은 사실을 실제로 체험한 것이 바로 오늘날의 일본이다.
일본의 어느 유명한 라면제조회사가 미국에 공장을 세워 생산을 하고있는데 그 이유는 인건비가 거의 변화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결국 미국에서 생산하여 일본에 역수출하는 것이 코스트면에서 유리하다는 것이다. 한국의 평균 임금상승율이 최근 연율20∼30%에 이르고 있는 점을 생각해보면 한국도 드디어 일본과 같은 입장에 빠져들어가고 있지 않나 하는 감이 든다.
세째 임금체계의 불합리는 기업의 투자의욕 감퇴와 경제성장율의 둔화를 초래하게 된다.
정부가 아무리 공공투자 등의 수단에 의해 경기를 자극시키려고 해도 설비투자 등 국내수요가 확대되지 않아 경기회복은 그만큼 지연된다.
이같은 현상은 구조불황을 초래할 위험이 있고 그것은 바로 산업기반의 붕괴로 발전될 수도 있다.
일본경영자단체연맹에서는 초임금 상승이 전반적인 임금인상을 불러일으킬 위험을 사전에 막기위해 금년1월 초임수준은 전년수준으로 동결하고 베이스·업은 1년간 근무한 직원에 대해서만 인정하기로 결정했다.
초임금 수준이 이미 너무 높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은 생계비와 임금과의 관계를 봐도 잘 알 수 있다.
예컨대 동경도에서 독신자는 월6만5천엔(약13만원)이 표준생계비이지만 35세가 되면 4∼5인가족 가구주가 되어 월20만엔(약40만원)의 생계비가 필요하게되어 이 기간중 생계비는 약3배가 된다.
그러나 실제 임금추세는 대졸자의경우 초임이 월10만5천엔(약21만원)에서 시작, 35세때는23만엔(약46만원) 수준밖에 오르지 않아 확실히 밸런스가 붕괴되어 버린다.
즉 그만큼 초임금이 너무 높은 단계에 이르고 있다는 것이 된다.
이에 반해 신규채용자는 적어도 1년간은 견습직원 구실밖에 못하고 따라서 이 기간중 생산능률은 제로다.
이와같은 견습자 임금을 대폭 올리는 것보다는 오히려 중견층의 임금인상을 우선시킬 필요가 있다는 것이 이번 일경련이 취한 초임동결의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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