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특 적자 누적…통화안정 위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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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의 곡가지지를 바탕으로 한 미곡위주의 식량증산정책은 계속된 쌀의 증산으로 77년에는 쌀 자급율 108·6%를 기록, 쌀 잉여시대를 가져왔으나 반면 가격지지를 위한 양곡관리기금의 적자누적과 소요재원 마련을 위한 한은 차입의 천문학적 증가로 통화증발요인으로 작용, 전체경제의 안정기조를 위협할 뿐 아니라 곡종간의 수급불균형, 농가소득구조의 파행성을 심화시키고 있어 미곡 일변도의 지속적 증산정책은 한계에 달했으며 재검토가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고있다.
그동안 정부는 곡가를 적정선으로 유지하기 위해 양곡관리기금을 운영, 추곡 및 하곡을 비싼 값에 파는 가격조작을 실시해왔으나 이 때문에 매년 발생하는 적자를 메울 길이 없어 소요재원을 손쉬운 한은 차입에 의존함으로써 77년 말 현재 양곡판매기금 적자는 3천6백42억원, 한은 차입누계는 7천5백60억원에 달하고 있다.
한은 차입은 한은의 발권력에 의존하는 것으로 전액이 통화증발요인으로 작용하게 되는데 지난 연말까지의 차입금 7천5백60억원은 연말통화량 2조1천7백26억원의 35%에 달한다.
한편 올해 양곡관리기금 운용계획에 따르면 한은 차입 2천억원과 양곡증권발행 1천2백억원, 한은 단기차입금 2백억원 합계 3천4백억원을 추가로 전달할 계획이었으나 작년의 쌀 생산 4천만섬 돌파와 수매물량 확대로 77년산 추곡 1천만섬만을 수매한다 해도 올해 소요자금이 5천억원에 달해 2천억원의 자금이 모자라는 실정이다.
따라서 당초 계획대로 양곡기금을 운용, 한은차입을 2천억원으로 억제한다 해도 연말 한은 차입규모는 1조원에 육박하는 9천5백60억원에 달하며 추가소요자금 2천억원을 전액 다시 한은 차입으로 조달하는 경우 차입누계는 1조1천5백60억원에 이르는 것이 불가피하게 된다.
정부는 올해 통화량 증가율을 30%로 잡고 있는데 올해 한은 차입규모가 4천억원으로 느는 경우 전체통화 증가분의 60% 이상이 양곡기금 운용에서 발생하게 되는 셈이다.
정부는 모자라는 2천억원의 조달을 위해 ▲한은 차입한도 증액 ▲양곡증권의 추가발행 ▲정부미 방출가격 인상 ▲올해 양곡수매량을 감축 ▲세계잉여금 전입 등 다각적인 방안을 검토하고있으나 77년도 세계잉여금 5백억원을 양특에 전입한다해도 1천5백억원이 모자라 이 부족자금의 조달에 부심하고 있다.
정부 일각에서는 이 같은 양곡관리기금 운용의 문제점 해결을 위해 근본적으로 미곡증산정책을 바꾸어 잡곡·축산·채소 등 다른 경제작물의 증산으로 농가소득을 보장하고 쌀의 증산을 지양하며 이와 함께 양곡의 가격지지정책도 후퇴, 한은 차입을 줄여나가야 한다는 의견이 강력히 대두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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