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죽자 밀애하던 처녀 버려"|『토머스·하디』의 새 전기 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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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런던=장두성 특파원】「토머스·하디」의 사망 50주기(1월11일)를 맞아 영국에서는 여러 가지 기념행사를 벌이고 있다. BBC-TV에서는 1월22일부터「하디」의 작품『캐스터브리지시장』을 7주에 걸쳐「시리즈」로 방영하고 있고 3월5일부터는「하디」와 첫 부인「에마」의 관계를 극화시킨『집념의 인간』을 방영했다.
또 국립극장에서는『「하디」의 여인들』이란「포로비츠」와「로버트·기팅스」의 합작 연극을 공연했고, 3월11일과 12일에는「콘월」의「틴타겔」에서「하디」기념 강연회를 가졌다. 8월10일에는「웨스트민스터」사원에서 특별추모회가 열린다.
이처럼「하디」에 대한 기념행사가 거국적으로 열린다는 사실은 비극적인 이 작가의 작품이 지난 50년 동안 독자층을 더욱 넓혀 왔다는 하나의 방증이 아닐 수 없다.
이와 같은 기념행사와 때를 같이해서「하디」의 애정생활을 다룬「로버트·기팅스」의 『노년기의 하디』가 출간되었다. 이 전기는「하디」가 67세 되던 1907년께 부 터 사망한1928년의 사이에 첫 부인「에마」의 사망, 둘째 부인「플로런스·더그대일」과의 연애 기 및 결혼생활, 그리고 여배우「거트루드·뷰글러」에 대한 짝사랑 등을 다루고 있다.
이 책은「하디」의 여인관계가 그의 소설들이 보여주는 것과 같은 숙명적인 비극성 속에서 이루어졌음을 보여준다.
거의 40년이나 나이가 어린「플로런스」와의 연정은『마치 혼이 빠진 사람』같은 모습을 드러냈다고「기팅스」는 쓰고 있다. 밀회의 한「에피소드」를 예로 들고 있다.
「런던」의「코번트·가든」에서 공연된『더버빌의 데스』(오페라)의 첫 공연날밤 그는 부인「에마」와 함께 참석했다. 그러나 애인「플로런스」를 빼어 놓을 수 가 없어 친구 「클로드」를 동반자로 삼아 다른 좌석에「플로런스」를 앉혔다. 그리고는 막간을 이용해서 둘은 밀회를 즐겼다.
부인「에마」가 오랜 병으로 병상에 누웠을 때 그는 거들떠보지 않고「플로런스」와의 연애에 열중했다. 그러나 부인이 죽자 그는 태도를 표변하여「플로런스」를 외면하고 부인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으로 고민의 나날을 보냈다. 이 시기에 그는 자괴에 찬 시 50여 편을 썼는데 모두가『그대 떠나기 전 왜 같이 보낸 젊은 날의 소생을 노력하지 않았던가? /아, 왜 몰랐던가, 그대 떠남이나를 이렇게 허물어뜨릴 줄을』식의 영탄조로 되어 있다.
결국「하디」는「플로런스」와 결혼을 했지만 곧 자기 작품의 주인공을 맡은「뷰글러」 여사에게 짝사랑을 보내기 시작했다.「기팅스」는 노년의「하디」가 젊은 여인에게 연정을 느낌으로써 죽어 가는 자신의 생명력을 되찾아 보려 했다는 결론으로「하디」의 비극적인 여인관계를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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