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터리 추사 글씨 전시회…거의가 가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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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추사 김정희 서화전이 14일까지 미도파 화랑에서 열리고 있는데 출품된 27점 가운데 추사의 작품이라고 써 있는 것은 불과 6점.
그 6점마저도 진부 때문에 의견이 분분한 것 같다. 모처럼 좋은 전시회라 싶어 구경왔던 A씨는『이건 사기야·….』, B씨는『완 당이 이 정도밖에 못 쓴 대서야 명필이라 존경할 것 없겠어요.』
주최측의 실토인즉, 백화점 사장실에 전화가 많이 와서 당초 출품했던 것 가운데 병풍을 포함해 4점을 철거했다고 말한다. 전화란 말할 나위 없이 항의전화였겠다.
그래서 전시장 안에서의 사진촬영은 일체 사절. 애당초 배포했던「캐털로그」도 모두 치워 버린 것 같고 전시장 입구엔『서화전』이라고만 써 붙였다.
항간에 나도는 이른바 추사작품 가운데 틀림없다고 확인되는 것은 1할도 헤아리기 어렵다고 이 분야의 전문가들은 말한다. 또 어떻게 보면『추사서』를 모른다는 이도 별로 없는 것 같은데 막상 전문가란 흔치 않다.
하도 유명한 추사이고 보니 그를 추모하는 마음이 지나쳐 그의 글씨 주변에는 별의별 얘기가 무궁무진하다. 뒤늦게 함빡 속은 걸 알고 졸도했다는「컬렉터」도 있다고 한다.
이 전시회는 어느 개인이 가지고 있는 것을 출품한 것이라 한다. 어차피 공개할 적에는 유명 도에 따른 시시비비쯤 능히 예상했어야 할 일.
또 화랑 측에서는 비록 전시장의 대여이긴 하지만 스스로 권위를 지니려 한다면 사전 검토가 있어야 하지 않았을까. 공중 앞에서는 무엇보다도 신용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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