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고기 유통 횡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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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산지의 돼지 값이 폭락하여 돼지고기 파동이 일기 훨씬 전인 작년11월 이전 수준으로 떨어졌는데도 시중의 돼지고기 값은 가장 높은 시세인 근(6백g)당 1천3백∼1천4백 원 선에서 움직일 줄을 모르고 있어 생산자와 소비자가 같이 골탕을 먹고 있다.
산지의 돼지 값은 작년 11월의 1마리(90kg기준)당 9만 원 선에서 돼지고기 파동이 한창이던 금년 1월 중순께는 11만원으로 올랐다가 고정 이후 계속 떨어져 지금은 1월 중순께보다 24%나 하락한 8만3천 원으로 폭락했다.
이에 따라 우성·협진 농협공판장 등 서울 3개 축산물 도매시장의 지육 경락 가격도 1월 중순의 kg당 1천6백50원에서 8일에는 1천2백50원으로 24%가 떨어졌다.
그러나 시중 정육점의 돼지고기 소매 값은 1월중의 1천3백∼1천4백원 선에서 조금도 내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을 뿐 아니라 당국도 이 같은 정육점의 횡포를 외면하고 있어 유통과정의 허점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돼지 값이 떨어지는 이유는 돼지고기 값의 급격한 상승으로 수요가 줄어든 반면. 산지의 출 회가 늘어난 때문인데 정육점 소매가격이 높은 수준에서 경직성을 보임으로써 수요감퇴를 더욱 부채질, 산지 생돈가격은 앞으로 더욱 떨어져 생산의욕을 저해할 우려를 낳고 있다.
현재의 생돈가격 kg당 9백22원(90kg 1마리 8만3천 원)을 기준으로 정육점 돼지고기 원가를 계산하면 6백g 근당 8백70원(영업 세·인건비 불 포함)으로 여기에 농수산부가 인정하는 적정이윤 10%를 붙이더라도 소비자가격은 1천 원을 크게 넘을 수 없는 실정이다.
한편 농수산부는 축산진흥과 생산자 보호를 위해 돼지고기 비 축제를 실시하겠다고 밝히고 소비자 가격이 근당 1천 원 미만으로 떨어지면 수매를 실시하기로 결정했으나 현재 소비자가격은 높은 수준에서 고정된 채 생돈가격만 계속 떨어지고 있어 비 축제 실시에 의한 생산자 보호정책도 제도적 보완이 없는 한 유명무실해 질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서울 3개 도매시장에는 돼지고기가 팔리지 않아 평균 1천3백 마리 정도가 계류돼 있으며 출하 농민들이 돼지를 도매시장에 내놓아도 3∼4일을 기다려야 하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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