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공업의 경쟁적 육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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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최근 기계공업을 중심으로 한 급격한 중공업투자의 증대는 한국경제의 고도화 과정에 있어 큰 의의를 갖는다.
노동집약적인 경공업구조가 자본·기술적인 중공업구조로 서서히 대 선회를 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중공업 투자를 어떻게 유도·조정하느냐는 산업의 국제경쟁력뿐만 아니라 국민경제의 체질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중공업의 초기 육성단계에 있어서의 시행착오나 비능률은 두고두고 국민경제의 부담과 취약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정부당국이 2억2천만 원의 예산을 들여 중공업 전 분야에 대한 장기 육성계획에 착수키로 한 것도 이러한 중요성을 충분히 감안했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최근 중공업분야의 9개 선도업체가 정부당국에 제시한 투자규모는 무려4천2백억 원에 달해 대기업들의 중공업 투자의욕을 여실히 엿볼 수 있다.
중공업은 그 성격상 금융·세제·행정 면의 폭넓은 지원이 없는 한 건설·운영이 사실상 불가능하며, 정부당국의 기업간 투자조정은 곧 당해 기업의 사활문제가 된다.
그런데 중공업에 대한 육성방향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규모의 경제」에 중점을 두어 제한적으로 기업을 키우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규모의 경제보다 경쟁체제에 의한 생산성향상을 강제하는 것이다. 이제까지의 방향은 경쟁제한에 의한「규모의 경제」의 유도라 할 수 있다.
때문에 특정기업의 채산성을 보강하기 위하여 독점 권이 부여되고 신규 참여가 규제되고 있다.
제한된 시장 수요에서 경쟁에 의한 공동 부실보다 한 기업이라도 튼튼하게 키우겠다는 명분이다.
그러나 이 방법은「규모의 경제」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기업의 생산성이 상호경쟁을 통해서 최고로 발휘될 수 있다는 사실을 과소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까지의 경험을 통해「규모의 경제」를 위한 경쟁제한이 오히려 높은 원가와 국제경쟁력의 열 위로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경쟁이 활발한 섬유·전자 부문이 비교적 국제 경쟁력을 가진데 비해 독과점의 중공업생산품목일수록 값이 비싸다는 사실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또 「규모의 경제」를 위한 시장의 넓이를 어떻게 보느냐 도 문제다.
중공업은 수출을 전제하지 않으면 안 된다. 앞으로는「플랜트」수출 등을 전제로 하지 않는 한 기업의 존립이 어렵다는 점에서도 더욱 그렇다.
따라서 국내 수요만을 가지고 수요를 상정, 시설용량을 제한하는 것은 비현실적인 것이 되기 쉽다.
중공업의 수출수요는 가격에 의해 매우 탄력적인 것이다.
만약「규모의 경제」에 집착하여 경쟁체제를 포기한다면 보호받는 몇몇 기업에 한국의 중공업, 더 나아가 한국경제의 장래를 거는 모험을 해야 될 지 모른다.
일본이 오늘날 세계 제1의 경쟁력을 자랑하는 자동차·철강·조선 등도 경제적 지원과 아울러 대기업간의 치열한 경쟁을 통해 이룩된 것임을 상기해야겠다.
자유경제체제에 있어 민간기업간의 경쟁과 창의적 노력이 발휘하는 큰「에너지」를 과소평가하지 말아야 할 것이며, 중공업의 경쟁적 육성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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