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닐 의원·카푸토 의원 팽팽한 대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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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워싱턴=김건진 특파원】미 하원을 주름잡는 정계의 거물 「토머스·오닐」하원의장(66)과 불과 2년 전에 하원의원이 된 정치 초년생 「브루스·카푸토」의원(34) 간에 색다른 「섹스」논쟁을 포함한 인신 공격 사태가 일어나 「워싱턴」정가에 큰 화제가 되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오닐」의장이 16일 저명한 「칼럼니스트」「에번즈」 및 「노바크」씨와 가진 TV「인터뷰」에서 『「카푸토」의원은 국가에서 월급을 받는 보좌관 2명을 시켜서 국회의원들의 「섹스·스캔들」만 전문적으로 캐내게 하는 비열한 짓을 하고 있다』고 비난한데서 비롯됐다.
「오닐」은 회견에서 『「카푸토」는 박동선 사건을 빙자해서 대중의 인기를 얻으려하고 있다』면서 그 예로 『「카푸토」는 내가 박동선 사건과 관련돼 있는 것처럼 거짓말을 하고 다닌다』고 비난했다.
「오닐」의장은 또 『박동선씨가 가끔 「오닐」의 사무실에 들러 놀고 갔었다는 청문회의 비밀증언 내용을 외부에 폭로한 것도 바로 「카푸토」의 짓이었다』면서 『이런 사람이 의회에 들어와 있다는 것은 아주 드문 일이며 신성한 국회 의사당에도 좋지 못한 일』이라고 까지 극언했다.
「오닐」의장은 소문임을 전제하고 「카푸토」의원의 보좌관들은 동료의원들의 「섹스·스캔들」만 전문적으로 캐러 다닐 뿐 아니라 의원들이 자기 아내를 속이며 여자관계를 갖지나 않는지, 또는 공짜 비행기를 타고 다니지는 않는지 하는 것들만 조사하고 다닌다고 말했다.
이같은 「오닐」의장의 주장에 대해 「카푸토」의원은 성명을 통해 『내 보좌관들에게 의원들의 비행을 조사하도록 요구한 적은 없다』고 해명하고 『「오닐」의장이 소문에 의거해서 인신공격을 하는 것은 유감』이라고 말했다고 「카푸토」의원은 「오닐」의장에게 증거를 대라고 맞섰다.
한편 UPI통신은 「카푸토」의원의 보좌관 1명이 국회식당 지배인이 피살되기 2일전에 만났으며 이때 「카푸토」의원의 보좌관은 식당에서의 의원들의 비행을 조사하고 있었다고 보도했었다.
의원 경력만 해도 「오닐」의장은 26년이나 되는 거물이며 「카푸토」는 이제 겨우 2년밖에 안 된다.
나이로 봐도 「오닐」은 「카푸토」의 아버지뻘이 되는데 이렇듯 어울리지 않는 두 하원의 원간에 색다른 논쟁이 일자 의회 주변에서는 엇갈린 반응이 교차되고 있다.
박동선 사건이 터진 후 조금이라도 의심을 받고 있던 의원들은 박씨 사건을 끈질기게 파고드는 「카푸토」의원을 하원의장이 호통을 쳐준데 대해 통쾌한 표정을 짓고 있으나 일부에선 정의를 위해 뛰고있는 젊은 사람을 의장이 그처럼 매도할 수 있느냐고 흥분하고 있다.
그런 사람들은 이번 논쟁이 자칫하면 「오닐」정치생명과도 연관이 있을 것이라고 성급한 추측까지 하고 있는데 의회의 한 고참관리는 『의원들끼리 저렇게 지독한 인신 공격을 하고 나서는 경우는 미국 의회 역사상 거의 없던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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