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이렇게 본다-김병주<서강대 경제과 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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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예금 금리를 20%이상으로 올린다면 당장 예금 증가에 확실한 효과가 있을 것이다. 다만 저축측면만 고려한다면 예금 금리만을 올릴 수 있지만 역 금리제가 가져오는 부작용이 심각하다는 것은 이미 경험한 바 있으므로 가급적 역 금리제는 아주 단기적이 아니면 피하는 것이 좋다. 따라서 예금 금리를 모두 올리되 대출금리를 약간 높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금리를 올리면 기업의 투자 의욕이 감소하고 「코스트·푸시」때문에 가격 상승을 부채질할 것이라는 주장은 단견이다. 현재 우리나라 기업은 은행자금 외에도 사상·외자 등 여러 가지 자금원에서 기업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따라서 금리를 올려 증가된 대출재원으로 풍부하게 기업자금이 공급된다면 장기적으로 기업자금의 총 평균비용은 오히려 감소될 수 있다. 그러므로 극히 일시적인 부담 때문에 본질적인 문제해결을 회피하는 것은 정책 당국으로서도 재고할 문제다.
다만 금리를 올린다해도 중화학 공업 등 전략산에는 각종 정책금융이 지월될 것이므로 국내 기업의 국제 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이라는 주장은 지나친 기우다. 이제까지 우리기업은 자본과 노동이라는 생산요소 모두를 너무 값싸게 조달, 성장을 지속해 왔으며 이런 의미에서 금리인상은 오히려 장기적으로 국제 경쟁력을 건실하게 만들 수 있다.
무엇보다 금리 인상의 근거는 국민 모두에게, 광범하게 퍼져있는「인플레」심리를 진정시켜야 하는 정책 목표를 효율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인 수단이란 점에서 찾을 수 있다. 급속도로 팽창하고 있는 통화량, 날로 늘어가는 부동자금 문제는 모두 한가지 원인에서 출발하고 있으며 저축 확대를 통한 물가 진정이 선결작업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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