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트롤타워 아니다" 발언에 여론 악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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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수(66)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경질은 6·4 지방선거를 앞둔 민심수습 카드란 분석이다. 김 전 실장은 ‘수퍼 파워’라고 불릴 정도로 외교안보 부문에서 막강한 힘을 발휘해왔다. 새 정부 출범 무렵 3차 핵실험과 개성공단 폐쇄 등 북한의 도발이 이어지자 야전침대를 가져와 청와대 지하벙커에서 숙식하기도 했다. 김 전 실장의 존재감이 절정에 달했던 것은 지난해 12월 국가안보회의(NSC) 사무처가 부활하면서다. 그가 상임위원장을 맡게 되자 박 대통령의 무한신임을 받는 핵심 실세 이미지가 굳어졌다.

 그러나 올해 1월 국정연설에서 박 대통령이 ‘통일 대박론’을 꺼내고 2월 남북 이산가족 상봉이 이어지는 국면에서 김 전 실장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기 시작했다. 대북 강경파로서 남북 대화 국면에서는 역할의 한계가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또한 3월 북한 무인기 사태가 발생했을 때 초기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있었다. 정부 일각에서는 이때부터 김 전 실장의 행보가 조금씩 꼬였다는 분석이 많다. 4월 22일 국방부 김민석 대변인이 ‘북한이 30일 이전 큰 것 한 방을 준비하고 있다’고 발언하자 군 내부에서는 발언의 배후로 김 전 실장이 거론됐다. 그럼에도 북한에서 어떠한 군사 도발도 벌어지지 않자 조급해진 김 전 실장이 대북정책을 무리하게 끌고 간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세월호 참사 후 “NSC가 재난 컨트롤타워가 아니다”는 말을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여론이 악화된 것도 경질의 배경이 됐다.

 김 전 실장이 주도했던 NSC의 방향에도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정부 관계자는 “NSC 상임위원회 위원 7명 중 남재준 국정원장, 김장수 실장, 김관진 국방부 장관 등 핵심 3인방이 모두 군 출신이다 보니 대북 정책이 강경 일변도였다는 지적이 많다”며 “누가 안보실장이 되더라도 NSC는 기존의 방향을 조정할 가능성이 높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김관진 장관의 거취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011년부터 장관을 역임해왔기 때문에 남 전 원장, 김 전 실장이 물러난 지금이 국방장관 교체 시점으로 적기라는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의 신임이 높은 데다 안보 3각 라인을 한 번에 바꾸는 데 따른 부담 등을 들어 장관을 물러나더라도 차기 안보실장으로 발탁될 가능성을 점치기도 한다.

유성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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