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단체장 후보 릴레이 인터뷰 ③ 남경필 새누리당 경기지사 후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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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경필 새누리당 경기지사 후보는 22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권력은 나누는 것이고 정치인은 이념으로 싸우지 않고 국민을 위해 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형수 기자]

남경필 새누리당 경기지사 후보는 22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선거는 기득권에 대한 심판”이라고 정의했다. 올해 49세로, 5선 국회의원을 지내는 동안 ‘쇄신·소장파’로 지낸 남 후보의 ‘색깔’이 드러나는 발언이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진표 후보에 대해선 “관피아(관료 마피아)를 개혁한다면서 공무원을 늘리는 시대착오적 발상을 한다”고 비판했다. 인터뷰는 이날 낮 12시 수원의 한 공원에서 50여 분간 진행됐다. 그는 “공식선거운동이 시작돼 점심시간을 쪼갰다”고 밝혔다. 다음은 주요 문답.

 - 17년간 개혁을 외쳤지만 이룬 게 없다는 지적도 있다.

 “소장파로서 주장을 현실화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끝없이 혁신을 얘기하며 어렵게 한 보씩 전진했다. 작은 변화가 이명박·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되는 데 기여했다고 생각한다. 도민께는 과거 권력자들에게 요구했던 변화와 쇄신을 경기도에서 먼저 실천하겠다고 약속했다.”

경기도 비대 권력, 시·군 이양해 규제 풀 것

 - 정치인 남경필의 성과는 뭔가.

 “내 정치철학의 첫째는 ‘권력은 나눠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는 정치인은 이념으로 싸우지 않고 국민을 위해 일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은 당연한 얘기가 돼 있지만 당권과 대권을 분리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상향식 공천을 실현시킨 것도 성과다. 권력은 한곳에 몰려 있으면 안 된다. 절대권력은 부패하기 마련이다. 경기도의 비대한 권력을 시·군으로 이양해 규제를 풀려고 한다. 여야를 아우르는 통합의 정치를 실현하는 데 지사의 힘을 잘 사용하겠다.”

 - 일부 여론조사에서 김진표 후보에게 역전된 결과도 있다.

 “수도권 선거는 일방적으로 가지 않는다. 지지도가 떨어진 건 세월호 참사에서 노출된 정부의 무능력과 여권에 대한 실망 때문이다. 그러나 빠져나간 여당의 지지자가 야당으로 가지 않았다. 여당과 정부가 어떤 노력을 보이는가가 여론의 향배에 중요한 영향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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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통령 담화와 총리 지명이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나.

 “국민이 대통령에게 요구한 건 진정한 사과였다. 최고지도자가 내 탓이라고 한 점에 대해 국민도 진정성을 느꼈을 것이다. 후속조치인 총리 인사가 더 중요했다. 안대희 내정자는 적폐를 뿌리 뽑는 개혁성을 기대할 수 있는 인물이다. 남재준 국정원장, 김장수 국가안보실장 등 최측근 인사의 사표를 수리한 건 국가 대개조에 대한 대통령의 강한 의지가 반영됐다고 판단한다.”

 - 남 후보가 친박(親朴)은 아니다. 청와대·중앙정부와의 관계에 문제가 없을까.

 “경기도까지 흔들리면 리더십이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세월호 참사와 북핵,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 등의 상황에서 대통령의 리더십이 흔들려선 안 된다. 다만 대통령이 오만과 독선의 징후가 보이면 날카롭고 진심 어린 조언을 하는 지방정부의 수장이 되겠다.”

 - 세월호 사건과 관련해 야당은 정부 책임론을 편다.

 “가장 아쉬운 대목이다. 정치권은 모두 죄인이다. 죄인이 죄인을 심판할 수 없다. 여당의 책임이 큰 건 사실이지만 겹겹이 쌓인 폐해에 대해 국민만이 심판할 수 있다. 야당도 대통령에게 힘 실어 줄 때 더 큰 박수를 받게 될 것이다.”

 - 이번 선거의 의미는.

 “세월호 사건을 계기로 ‘안전한 한국’이 시대정신이 됐다. 여야와 보수·진보가 아닌 기득권에 대한 심판이 될 것이다. 기득권의 구태와 권력 나눠먹기 관행에 대해 국민이 용납하지 않는다. 정치는 개혁의 요구에 직면했다. 기존의 철학에 변화가 불가피하다. 이에 맞는 새 인물이 향후 정치의 주역이 될 것이다.”

관피아 개혁 외치며 공무원 증원 시대착오

 - 경쟁자인 김진표 후보를 평가한다면.

 “경륜을 갖춘 훌륭한 관료 출신 인사다. 그러나 경기도에는 행정·경제 관료가 아닌 정치지도자가 필요하다. 여야를 통합하고 국민을 하나로 묶는 리더십이 중요하다.”

 - 보육교사를 공무원화한다는 김 후보의 공약을 비판했다.

 “관피아를 개혁한다며 공무원을 늘리는 건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다. 경제관료 출신의 구시대적 아이디어다. 세월호 참사의 교훈을 읽지 못한 포퓰리즘이다. 보육교사 처우를 개선하고 아이들을 잘 키우자는 건 동의하지만 경기도 내 월급만 2조원이다. 전국으로 확대하면 7조~8조원, 공무원연금까지 감안하면 불가능하다. 7만 명 보육교사의 표를 얻기 위한 허황된 공약이다.”

 - 보육교사의 표를 포기하나.

 “국민은 현명하다. 보육교사도 김 후보의 공약을 안 믿는다고 전화한다. 나도 보육교사의 수당을 현실화하고 법정 휴일을 준수하는 공약을 냈다. 경제관료를 해본 김 후보는 김상곤 전 교육감의 무상버스를 비판했다. 그런데도 이런 공약을 낸 걸 이해할 수 없다. 야당이 이를 전국으로 확대하면 국가적 불행이 된다. 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내가 당선돼야 한다.”

 - 김 후보와 경복고 동문에 교회·지역도 같다.

 “일요일에 합동예배를 드렸다. (웃으며) 축사는 ‘형님’이 먼저 하셨지만 박수는 내가 더 많이 받았다. 경복고 동문회에선 특정후보를 지지하지 않겠다고 한다.”

 - 네거티브 없는 선거를 약속했다. 지금도 유효한가.

 “정책은 사실에 기인해 품격 있고 날카롭게 비판하겠지만 네거티브는 없다. 전날 대변인이 내 뜻과 무관하게 적절하지 않은 표현을 했다. 반성의 의미로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22일 아무 논평을 내지 않았다. 유세도 춤·노래는 다 빼고 토크콘서트로 진행할 계획이다.”

수원=강태화 기자·윤은정 인턴기자
사진=김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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