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성 깃들인 미술에 찬사-동양화 「스웨덴」전에 다녀온 김기창 화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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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국의 미술과 문학에 대해 서구에선 아직 캄캄한 상태이죠. 대체로 형편없는 후진국가 정도로 알고 있었는데 이번 동양화의 해외전 때문에 굉장히 관심이 커졌을 뿐 아니라 호평을 얻고 있읍니다.』
해외의 출품작가로서 「스웨덴」의 「스톡홀름」전의 반향을 살피고 귀국한 동양화가 김기창씨(64)는 당초 4월까지 예정했던 이 전시회가 인접국가들의 요청에 의해 연말까지 「유럽」전역을 순회하게 됐다고 전한다. 『그들이 한국미술의 수준을 저울질하기보다는 개성이 있고 더 한국적인 것을 환영했습니다. 자기네들이 못 본 새로운 것을 원하는 것이죠. 개중에 놀라왔던 일은 그곳 학자나 전문가들 가운데 동양미술에 관한 지식이 굉장한 분도 있었습니다. 한국의 기후와 산수까지 소상히 아는 터여서 결국 우리의 자연에서 우러난 개성적인 작품을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이 절실했읍니다.』
이번 해외 전에 선정된 작가는 청전 이상범·소정 변관식·심산 우수현씨 등 작고작가를 포함해 김기창· 천경자·서세옥씨 등 6명. 종래의 중국적인 경향보다는 현대감각면에서 한국화로의 탐색을 보여주는 작품이 선정됐던 셈.
그런 점에서 김 화백은 근자 동양화단의 젊은이들 사이에 고식적인 산수화가 범람하는데 대해 일침을 가한다.
『공부하는 과정에서 개자원화보부터 시작하는 것은 나쁘지 않지만 실경「스케치」에 적극적으로 눈을 돌려야겠습니다. 자기창조가 없이는 우물 안의 개구리 밖에 될 수 없읍니다. 또 「테크닉」면에서도 단조함을 벗어날 수 있는 기량을 길러야겠읍니다.』
구상이니 추상이니 동양화니 서양화니 하는 사고자체가 한국현대미술을 저해하는 전근대적 요소. 이 시대착오를 씻어버리는 일이야말로 「독불장군으로 있는 우리나라작가」들의 시급한 과제라고 김 화백은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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