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의 반 이상이 관광객-영 연극계에 이상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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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영국이 지배하던 제국은 갔지만 식민지 인도와도 바꾸지 않겠다던 「셰익스피어」의 유산은 최소한 외화의 형태로는 살아 있음이 분명하다.
영국 관광공사의 여론 조사에 따르면 영국을 방문하는 외국 관광객이 목표하는 4대 여행 목적은 관광·「쇼핑」·연극·박물관 관람으로 되어 있다.
그런데 여기 한가지 문제가 있다고 영국인 연극 애호가들이 걱정하는 현상이 있다. 영국연극의 총 본산인 「런던」의 연극가를 찾는 영국인 수가 점차 줄어들고 외국 관람객의 수가 대신 많이 불어나고 있는 것이다.
「런던」 시내에서 연극 공연을 전문으로 하는 정규 극장의 좌석 수는 총 4만석인데 72년에 이중 3분의 1이 외국인으로 메워지던 것이 76년에는 약 2분의 1, 77년에는 반 이상이 외국인 관람객으로 메워지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최근 알려졌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영국인들이 경종을 울리는 이유는 전통 있는 영국 연극의 사활이 차차 외국 관람객의 기호에 의존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만약 환율에 급격한 변화가 오든가, 국제 관계에 위기가 와서 관광객의 수가 급격히 줄어들 경우 4만개의 극장 좌석 중 반수 가까이가 비게 되면 많은 극장들이 문을 닫게 되고 연극의 전통이 심각한 위기에 직면하지 않겠느냐는 것이 당장의 걱정거리다.
4만개의 좌석을 매일 채우던 영국인 연극 「팬」이 점차 연극가를 외면하는 이유는 확실치 않지만 「업저버」지의 연극 비평가 「존·헬펀」은 『현실 문제를 외면하는 연극인들의 작품 활동』 때문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현재 영국에서 공연되는 연극은 「셰익스피어」「버더드·쇼」 등 고전에 속하는 것들과 「애거더·크리스티」의 탐정극, 『올리버』 『오, 캘커타』 등 수년째 계속 공연되어온 「뮤지컬」, 그리고 몇몇 새 연극들인데 고전 연극들은 예외로 치더라도 나머지 것들은 전연 「오늘의 영국」이 직면한 현실 문제에 조금만큼도 타당성이 없다고 「헬펀」은 주장하고 있다.
그래서 연극은 결국 영화가 가장 잘 표현하고 다시 「텔리비전」이 모방하는 주제들의 둘레만 빙빙 돌다가 연극 자체의 주제를 잃어버렸고 그 결과 관람객을 식상하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직업적인 연극인이 아닌 제3자에게는 영국 연극이 겪고 있는 고민은 이미 다른 나라에서 겪은바 있는 상업주의 시대의 한 현상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연극의 질을 높은 수준에 고정시키면서 일반 관객의 관심을 계속 유지한다는 어려운 「딜레머」를 영국 연극계가 어떻게 해결할지 관심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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