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류값 인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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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석유류값이 평균 3.67%올랐다. 인상율은 과거 어느 때 보다도 낮으나 연초부터 석유값이 올랐으니 금년물가가 크게 걱정된다.
석유를 원료로 하는 석유화학제품은 물론, 전기 교통요금·「시멘트」가격 등이 덩달아 오를 것으로 보인다.
정부발표로는 이번 석유가 인상으로 인한 물가 파급효과가 0.55%밖에 안되나 이를 그대로 믿을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과거의 경험으로 보아 석유값의 인상은 다른 여러 물가에 편승 증폭되어 나타나기 쉽다.
구정을 앞두고 모든 물가가 이미 강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석유값 인상이 하나의 기폭제가 되지 않을지 우려된다. 모처럼 소폭 인상한 실효를 살릴 수 있도록 편승·증폭인상을 막는데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이번 유가인상은 작년의 국제원유가 인상에 따른 원가상승분을 보전해주기 위한 것이므로 이것으로 금년 유가인상 요인이 모두 해소되었다고 볼 수 없다.
우선 원유가가 현재 임시동결 상태여서 금년 한해동안 계속 오르지 않는다고 보기는 어렵다.
또 유류의 비축확대와 탈황시설의 부착에 따른 인상요인도 있다. 석유값은 구조적으로 계속 올라가지 않을 수 없게 되어있는 것이다.
이제까지의 석유값 인상「패턴」을 보면 일단 원가상승 요인이 발생하면 이를 검토하여 부분적으로 인정하는 방식을 취해왔다.
국내 정유3사의 합작선인 「메이저」의 힘이 워낙 강력하고 또 석유류는 수급안정이 절대적으로 요청되기 때문에 원가상승을 가격인상으로 인정치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정유회사에 적자가 나면 적자보전인상까지 해주는 형편이다.
따라서 유가의 안정은 원가상승요인을 줄이는 데서부터 접근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그런데 유류의 원가는 항상 생산조건이 가장 나쁜 회사가 기준이 된다는데 문제가 있다.
이번 유가인상도 정유3사중 원가가 가강 비싸게 치이는 유공이 작년도에 36억원의 결손을 본 것이 결정적 요인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주로 「쿠웨이트」산 원유를 쓰는 유공은「사우디아라비아」산을 쓰는 호남정유보다 원유도입가격이 높다.
때문에 같은 유가라도 호유는 흑자가 나는데 비해 유공은 결손을 본 것이다. 그러나 유공을 계속 적자로 둘 수 없다는 명분아래 호유 등엔 막대한 흑자를 보게 하면서 석유값을 올리는 모순을 빚은 것이다.
유공의 사정에 의한 비싼 원유의 도입이 결과적으로 국민부담으로 귀결되는 셈이다.
이런 구조적인 모순을 시정하지 않는한 유가는 계속 올라갈 수밖에 없다.
유류는 무경쟁 과점상태에 있고 정부당국도 이를 양해하고 있다. 이런 여건아래선 원가 인하나 가격안정은 기대하기 힘들다.
비싼 원유를 들여와도 비싼 가격에 의해 이익을 보강해 주는데 왜 원가인하 노력을 하겠는가. 시장「세어」는 정유시설용량에 의해 자동 결정된다.
따라서 앞으로의 유가정책의 기본 방향은 정유회사의 원가상승 원인을 정부당국이 분석하여 그중 얼마큼만 인정한다는 이제까지의 방식에서 탈피, 정유회사의 경쟁제한행위를 깨뜨려 서로의 경쟁에 의해 원가인하를 안 할 수 없도록 하는데 중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자유경쟁이 되면 유공이 다른 정유회사에 비해 비싼 원유를 결코 들여올 수 없을 것이다. 생산조건이 나쁜 공장이 경쟁에서 도태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그런 과정을 통해 국제경쟁력과 가격안정이 이룩될 수 있다.
정부당국이 이런 근본적인 문제는 외면한 채 정유회사의 숫자를 받아 검토·할인하는 것이 유가안정에 기여하는 행위라고 생각하는 것은 큰 착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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