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인상요구 노조간부 등 5명 부사장 집서 인질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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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대구】21일 하오7시30분쯤 대구시 남구 대명9동493의40 「아리아」 악기제조 주식회사 부사장 정구웅씨(39) 집에서 이 공장 노조분회장 정재종씨(31끄·전자과근무·대구시동구상동294의3) 등 5명이 50% 임금인상과 폭력과장 해직 등을 요구, 정부사장이 이를 거절하자 미리 준비한 과도로 손을 찔러 전치2주의 상처를 입히고 정씨의 부인 허인숙씨(38) 등 일가족 6명을 인질로 8시간30분 동안 경찰과 대치하다 22일 상오4시쯤 자수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 공장 전자과에 근무하는 이들 종업원들은 회사측에 2만∼5만원(기능공)의 낮은 임금을 인상해 주도록 여러 차례 요구했으나 이를 들어주지 않은데다 13일 종업원 이상렬씨(2O·대구시 남구 봉덕3동)가 전자「오르간」부품인 「앰프·티·알」을 부쉈다는 이유로 전자과장 김영길씨 (28) 가 판상을 요구하며 때린 데 앙심을 품고 범행했다는 것.
전자과 종업원 27명은 당시 김과장의 폭행에 반발, 사직원을 제출했으나 회사측은 14일 이번에 난동을 부린 노조분회장 정씨와 이상렬씨를 포함, 5명을 해직했었다.
신고를 받은 대구남부경찰서는 2백여명의 경찰관들을 동원, 정씨 집을 에워쌌으나 정씨 가족들의 안전을 위해 접근하지 못하고 밤새워 설득한 끝에 자수시키는데 성공했다.
「아리아」 악기 제조주식회사(사장 하태봉·64)는 61년 각종 「오르간」 생산업체로 설립, 국내시판과 해외수출을 해왔으나 지난해 11월 화재사고로 공장일부를 태운데다 계속되는 경기부진으로 고전을 겪어왔다.
이 회사는 해마다 1회씩 임금을 인상해왔고 작년 10월에도 10%정도 올렸으나 견습공은 월1만5천∼2만5천원, 기능공이 2만∼5만원 정도밖에 받지 못하고 있다.
이 회사는 월급제가 아니고 일당제로 임금을 지급하고 있으나 따른 회사임금수준에 60%선밖에 되지 않고 있으며 급료인장은 일제히 실시하는 것이 아니라 몇몇 착실한 종업원들만 골라 월2천∼3천원 정도 더 보태주는 형식을 취해왔다.
노조분회장인 정씨는 작년1월 입사, 월4만원씩 받다가 5월에 일당 1원씩 더 올려 4만30원, 10월에 10% 인상으로 4만4천20원이 되었으나 노조분회장이 된 후 노조 일이 바빠 회사 일을 제대로 못봤다고 2만∼3만원정도의 임금을 받아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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