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도 뭉치니 아파트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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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아파트처럼 여러 동으로 구성된 단지형 빌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개별 빌라의 불편이 상당 부분 해소되는 데다 아파트보다 가격이 싸거나 주거환경이 쾌적한 곳이 많아 부동산 불경기 속에서도 분양 성적이 좋고 웃돈도 강세다.

경기도 용인시 기흥읍 구갈2지구의 빌라 코리아트빌. 4층짜리 6개동(98가구)의 단지형 빌라다. 최근 조합원 모집을 끝내고 이달 중 공사에 들어간다. 32평형 단일 평형으로 웃돈이 5백만~9백만원 붙었다.

1억7천여만원에 분양된 2층의 경우 1억8천만원 가까이 나간다. 기흥읍 구갈스피드공인 정복수 사장은 "비슷한 평형의 아파트보다 2천만원 가량 싸 전세를 살다 옮기려고 찾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서울 11차 동시분양때 나온 노원구 공릉동 현대홈타운스위트는 낮은 청약경쟁률과 달리 예상 밖으로 웃돈이 3천만~5천만원이나 붙었다.

당시 1순위 평균 경쟁률이 33.9대1이었는데 3층짜리 10개동(43~49평형 1백34가구)의 이 빌라는 2순위에서 겨우 청약이 마감됐다. 인근 부동산랜드화랑대점 관계자는 "빌라여서 분양 때는 주저하다 북한산이 가까워 공기가 맑고 조용해 전원풍의 생활을 하려고 찾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빌라촌인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조성 중인 단지형 빌라도 분양이 호조다. 대우건설이 분양하는 멤버스카운티 9개동 1백30여가구는 99%의 분양률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7억8천여만원에 분양된 70평형대가 9억원대로 뛰었다. 이 회사가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 짓는 5개동 1백여가구도 분양이 거의 끝났다.

단지형 빌라가 관심을 끄는 이유는 우선 여러 동을 묶어 아파트처럼 별도의 관리사무소를 두기 때문에 관리상태가 좋아진다. 규모가 커지면서 거래가 상대적으로 많아 환금성이 높아진다. 용적률이 낮아 주거환경도 쾌적하다. 현대홈타운스위트의 용적률은 89%다.

별도의 모델하우스를 만들지 않고 동호인 형태로 짓는 경우가 많아 부지 마련에 따른 업체측의 취득.등록세 부담이 없어 비슷한 평형대의 아파트보다 20~30% 싸다.

청담동 현대3차아파트 43평형 가격(7억~8억원)이 멤버스카운티 70평형대 분양가다. 대형 건설업체들이 이 사업에 뛰어들면서 사업 안전성이 높아졌다는 것도 수요자들의 신뢰를 높인다.

하지만 단지형 빌라의 인기는 한정돼 있다는 지적도 있다. 청담동 GM공인 윤덕규 부장은 "경제적으로 여유 있고 조용한 생활을 하려는 사람들이 빌라를 선호해 수요층이 두텁지 않아 본격적으로 입주가 시작돼야 인기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내집마련정보사 김영진 사장은 "단지형 빌라가 확산되더라도 주택시장을 주도하는 상품이 아파트인 상황에서 투자성이 아파트보다 못할 것이기 때문에 실수요 측면에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안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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