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 음식값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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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우리나라 상인들이 값을 올리는 방법에는 몇 가지가 있다. 그 하나는 값을 곧바로 올리는 방법. 다른 하나는 값은 그대로 두고 양을 줄이거나 질을 낮추는 경우가 있다.
미련한 방법은 역시 값을 곧바로 올리는 경우다. 물가 당국의 눈총을 받을 뿐 아니라 소비자의 비위에도 거슬린다, 좀 요령이 있는 상인은 상품의 맵시를 교묘히 바꾼다. 포장의 「디자인」을 새롭게 규격을 달리하는 것이다.
대중상품은 아니지만 자동차의 경우가 그 대표적인 예다. 「실린더」의 수는 똑같은데 「탑」이나「모델」을 바꾼다. 그리고 새 값을 매기는 것이다.
「초컬리트」업자들은 그 무게에 따라 얼마든지 가격 조작을 할 수 있다. 미국에선 판형「초컬리트」의 두께를 1㎜만 얇게 해도 연간 10억 「달러」를 빼돌릴 수 있다고 한다.
하긴 우리나라의 「초컬리트」를 보면 마치 「블록」처럼 생긴 것을 볼 수 있다. 속이 텅비고 두께만 잔뜩 부풀어있는 것이다. 겉포장만 보면 언제나 한결 같아 보이지만 그 속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 길이 없다.
담뱃값의 경우는 우리가 너무도 익숙하게 경험하고 있는 일이다. 어느 날 그 맛이 떨어지고 불길이 잘 당기지 않으면 이것은 곧 가격인상의 전조인 것이다.
이런 경우 실제로 가격은 벌써 인상되어 있는 셈이다.
이러한 요령은 대중음식값에 있어서도 예외는 아니다. 양을 줄이는 것은 그나마 순진한 편이며 질을 낮추는 경우는 그야말로 사기다. 업자편에선 그것이 현명한 요령일지 모르지만 그 음식을 사 먹어야하는 소비자로는 불쾌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외국의 경우는 소비자 보호운동이 활발해서 그런 경우는 피해자의 편에서 「체크」하게 된다.
고발도 가능하고, 벌써 소비자로부터 낙인이 찍히면 그 업소는 부지하기가 힘든다.
구미를 여행해보면 대중음식점마다 「쇼윈도」가 있는 것이 흥미롭다. 「메뉴」와 함께 음식의 모조품을 만들어 진열하고 가격까지 명시해 놓았다. 사람들은 그「쇼윈도」를 통해 입맛을 다셔보고 그 음식점으로 들어간다. 질이며 양이 공개되어 이를테면 표준화해 있는 것이다.
우리의 대중음식은 그럴만한 성격은 아니지만 그래도 양식에 따라 표준이 이루어져야 할 것 같다. 맛은 그 다음 문제이며, 양과 질이 더 중요하다.
최근 우리나라 대중음식값이 들쭉날쭉한 것은 「차트 행정」「브리핑행정」그림자를 보여주는 하나의 「쇼·케이스」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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