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용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UNCTAD(「유엔」무역개발회의)가 「나이로비」에서 열렸을 때의 일이다. 국민소득이 1백「달러」에도 미치지 못하는 나라들의 대표들이 거의 모두「벤츠」, 「재규어」등 최고급 차들을 타고 회의장에 나왔다.
각 신문의 비웃음을 산 것은 물론이다. 우리말로 분수를 모른다는 것이었다.
자동차와 분수의 상관관계는 나라에 따라 다르다. 미국과 같은 나라에서는 자동차는 생활필수품이다. 집은 없어도 차는 있어야 한다.
몇 해 전에 「오일·쇼크」로 「가솔린」을 사기가 귀했을 때였다. 「뉴욕·타임스」지에는 『부모가 외출을 덜하는 것이 어린이들의 인격형성에 미치는 장기적 악영향』이라는 논문까지 나왔었다. 그만큼 차와 생활은 밀착되어있다. 차가 지위의 상징으로 되어있는 소련에서는 아무나 분수없이 자가용차를 가질 수 없게 되어있다.
자동차와 분수의 관계는 또 고도성장과도 관련이 있다. 가령 동경에서는 집은 없어도 자가용은 있어야 한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그렇다면, 서울에서 자가용차가 늘어난다는 것은 여러모로 생각되는 바가 많다. 서울시의 집계를 따르면 지난해 연말까지에 자가용차가 8만여 대가 되었다. 한해동안에 2만5천대나 늘어난 것이다.
자가용 한대를 유지하자면 매달 30만원은 든다. 그러니까 적어도 월수 1백만원은 넘어야한다. 그런 사람이 한해동안에 25.8%나 늘어났다면 여간 대견한 일이 아니다.
하기야 분수없이 자가용차를 굴리는 사람들도 없지는 않다. 그러나 차란 어른들에게 있어서 최고의 꿈이자 장난감이기도한 것이다. 차에 약하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다.
가령 소련의 「브레즈네프」공산당서기장은 「롤즈·로이스」「벤츠」「캐딜랙」「시트로앵」등 최고급차를 닥치는 대로 모으고 있다.
「로마」교황도 「벤츠」사에서 기증 받은 최고급 차를 애용하고 있다. 여기에는 수압식으로 뒷자리 옥좌를 승강시키는 특수장치가 달려있다. 모택동도 생전에 「벤츠」를 3대나 가지고 있었다.
자가용차가 별게 아니게 느껴질 때에는 사람들은 겉치레에 개성을 살리는 것처럼 자가용도 개장에 골몰하게 된다.
「로렌스·올리비에」는 흔한 소형차 속을 완전히 뜯어내어 새로 차 한 대 값을 들여 방음장치·「스테레오」등으로 단장했었다. 「피터·셀러즈」도 마찬가지다.
이런데 비기면 마력도 낮은 소형차에 운전사까지 따로 두고 뽐낸다는 게 남 보기엔 「코믹」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무리 싼 차라도 우리나라에서는 4백만원은 간다. 그만하면 외국에서는 대형차이다. 그러니 얼마든지 대형차를 탄 기분이 될 만도 하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