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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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응모작품은 기말 「리포트」풍의 것과 수상적인 것으로 분류할 수 있었다. 앞에 것들은 독립된 평론으로 읽을 맛이 미흡한 무미건조한 것이 많았다. 또 뒤엣 것들은 너무 독단적이고 넉넉한 증거를 대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그 나름대로의 논리와 충분한 증거를 가지고 있으면서 독립된 단위로서의 설득력을 가지고 있는 글을 찾지 못한 것은 섭섭한 일이었다.
『현대시론』은 너무 큰 주제를 다룬 것과는 걸맞지 않게 가벼운 수상으로 흐른 것이 흠이었다. 『현대인의 웃음과 문학의 진단』은 웃음의 유별이 너무나 도식적이고 간결한데다가 예증이 엄밀하게 선별되었다기보다는 닥치는 대로 끌어온 듯하여 엄밀성이 부족해 보였다.
『상상력의 위상과 시점』은 고전문학 속의 주인공을 다룬 서로 다른 근대시인의 관점을 비교하고 분석한 것으로서 재미있는 착상이었다. 그러나 「상상력의 위상」에 대한 설명이 미흡했고 분명한 기준이 없는 비교가 결함으로 남아있었다.
『죽음과 재생의 신화적 논리』는 지금 우리나라에서 많이 퍼지고 있는 신화비평 혹은 원형비평을 지향한 글이다. 이러한 비평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관련된 신화학이나 심리학에 관한 단단한 지식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지식이 구체적인 작품의 해명에 빛을 던져 주어야한다. 작품 속에 있는 원형의 「패턴」을 지적하기만 하면 그것이 큰 작품의 가치를 보증하는 것처럼 생각하는 것은 곤란하다.
신화나 상징에는 그 나름의 독도법이 있는 법이고 몇 개의 상징해석으로 한 작품을 포괄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점 다른 응모작품처럼 많은 난점이 있는 글이었으나 의욕적인 관점을 사서 가작으로 정하였다. 【유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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