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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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응모작품의 일반적인 수주은 상당히 높았다. 자수율에 벗어난 것, 자수놀음만 하다 시를 놓친 것, 이런 것이 별로 없었다. 이것은 당선작을 뽑는데 올라 갈수록 차차 그 우열을 가리기 어렵게 만들었다. 끝까지 선자를 망설이게 한 작품이 몇 편 있었다. 『사향』 『이 가을에』 『라일락 언덕에서』 『꽃밭에서』가 그것이다. 약간의 가락이 막힌 것이 흠이거나 시상의 비약이 약점이거나 하여 아깝게도 결승「골」 1보 앞에서 옆으로 젖히게 된 것은 여간 섭섭하지 않다.
당선작으로 뽑은 『낙화암』은 능히 그 자질도 뛰어나거니와 서두르지 않고 사물을 보는 눈이라든가 드러나지 않는 기교의 솜씨라든가 는 안심할만하다. 섣불리 새로운 것을 탐구하려는 기미가 없는 것이 언뜻 보기에는 고조에 흐른 느낌이 없지 않지만 온건한 저력이 없이는 이만한 결구의 아름다움을 얻을 수가 없는 것으로 믿는다.
보다 새로운 것은 외화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실을 기하는데 있는 것을 중요시한다면 이 작자는 그것을 충분히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았다. 날리는 재주보다는 속으로 가라앉은 무게가 한사람의 신인으로서는 당당하고 거짓이 없는 힘일 것이다. 【박재삼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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