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시의 어법은 물론 산문의 그것과 다르다. 절제된 말속에 깊은 뜻이 굄으로써 <존재>의 본질에까지 가 닿아야 한다. 거기에 또 여운이 흘러야한다. 시의 말은 바로 이러한 모든 것을 통틀어서 정확하게 드러내야 한다. 따라서 그 체질은 서로 다를지언정 정확해야 한다는 점만은 시나 산문이나 공동이다.
사실 이러한 시의 기본기를 체득한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게다가 신선한 감수성과, 발랄한 정신과, 뜨거운 성실성(정열)을 지니게 된다면, 이것이 우리가 바라는 신인 시인상이라 할 것이다.
응모해 온 4천여편의 시중에서 예선을 통과한 시는 약3백편이었다.
전체적인 수준은 예년보다 다소 높아졌음을 느낄 수 있었으나, 대개의 경우 시가 기교와 내용 중 어느 한쪽에만 기울어져 있고, 이 양자를 하나로 결정시키지 못한 흠을 지적할 수가 있다.
이번에 박윤기씨의 『도 천수관음가』를 당선작으로 결정하게된 까닭은, 우선 그의 시가(당선작 외 2편의 시도 포함해서) 우리의 내면세계, 요컨대 심리라든가 관념이 머무는 세계를 형상화하는데 상당한 솜씨를 보여 주었다는 점에 있다.
내부의 세계 건, 외부의 세계 건, 표현은 표현인데, 어느 편이냐 하면 내면풍경을 정확하게 그려내는 것이 매우 힘들다는 것으로 우리는 알고 있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그의 시적 자질과 수련을 느낄 수 있다.
그가 형상화해낸 내면세계에는 맑은 우수에다가 정한 바램이 깃들여져 있고 또 정열이 울울히 타고있다.
이것이 바로 그의 시심의 맑음을 말해준다. 그의 앞으로의 시작에 큰 기대를 갖게된다.
당선을 축하하며 더욱 정진 있기를 바라고 싶다.
이번에 최종심사에까지 오른 분들은 김신양·홍영철·석주·한승옥·손순제씨였다. 제각기 미흡함이 있어 당선의 기회는 놓쳤지만, 이 분들도 계속 분발해주기를 바란다. 【전봉건·성찬경】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