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7년의 세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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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시간은 가장 위대한 개혁자』라고 말한 사람이 있었다. 1977년의 종장을 보며 「F·베이컨」의 이 말을 다시금 생각해 보게된다.
세계의 기상은 지난 한해도 역시 혼돈과 난기류를 벗어나지 못한 것 같다. 미국의 「카터」대통령은 『도덕정치』의 깃발을 흔들며 세계의 무대에 「데뷔」했지만 「위대한 개혁」은 아직 멀어만 보인다. 그의 능력과 이상에 기대를 갈기엔 지난 한해가 너무 짧은 시간이었는지도 모른다.
오늘의 세계를 지탱하는 미·소·중공의 이른바 3극 체제는 아직도 균형과 안정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어느 한쪽의 다리가 긴가하면, 또 어느 한쪽의 목이 길고…하는 따위의 섬세한 불균형과 불안정이 끝도 없이 계속되고 있다.
「카터」의 이른바 『도덕적 척도』는 이런 상황 속에서 다시금 새로운 공식과 「스타일」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새로운 방식의 요구는 세계의 모든 나라에 음으로 양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것이 척도로서 옳고 그른 시비는 잠시 덮어두고 그것을 받아들일 것인가의 원초적인 입장에서 모든 나라들은 부담을 느끼고 있다.
그러나 역사는 인류가 의식조차 못하는 가운데 발전해 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1977년은 혼돈과 혼미 속에서도 절망보다는 희망의, 어둠보다는 밝음의 싹이 움트기 시작했다. 만년 「전쟁일보전」의 중동에서도 『역사적인 화해』의 노력이 허심탄회하게 나타났다.
세계의 몇몇 나라들은 오랜 질곡 끝에 새로운 출발을 하기도 했다. 이들은 이제 겨우 작은 시도에 불과하지만 그런 시도조차 없는 상황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생각된다.
눈을 안으로 돌려보아도 역시 그렇다. 우리나라와 미국의 관계는 새로운 도덕정치의 척도에 적응하는 상호의 진지한 노력이 있었다.
그것은 세계 10대「뉴스」의 하나로까지 등장한 미국의 「로비·스캔들」사건에서 상징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세계의 일각에는 아직도 시간의 동결 속에서 봄을 기다리는 곳들이 있다. 오히려 계절을 거슬러 가는 역류의 현상마저 보는 것 같다.
그러나 역사는 끊임없는 발전을 지향하고 있다. 도전이 있으면 응전이 있으며, 그런 순환은 인류에게 희망을 안겨주고 있다.
한해의 마루턱에 서서 우리에게 위안을 주는 「베이컨」의 말을 다시 음미해 본다. 『시간은 위대한 개혁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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