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정원의 확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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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78학년도 전국대학 신입생 정원은 올해보다 1만6백60명이 늘어나 7만6천4백명 선이 될 것이라 한다.
이 증원 폭은 예년의 두 배 정도로 전체적인 숫자를 놓고 볼 때 상당히 크다할 수 있다.
그러나 대학진학 희망자가 78학년도에만 해도 77학년도에 비해 2만9천6백 여명이 늘어났고, 해마다 낙방·재수생의 누적현상이 심화해가고 있는 사정을 감안할 때, 대학의 좁은 문이 넓혀졌다고 하기에는 아직도 심히 미흡하다.
더우기 이번 대학정원 조정은 그나마 지방대와 야간대에 중점을 두고 서울 시내 대학의 경우 전자·정밀기계 등 정책학과를 제외하고는 증원대상에서 제외시킴으로써 정작 경쟁율이 심각한 일반대학의 진학 난 완화에는 그 효과를 별로 기대할 수 없게 됐다.
물론 지방·야간대의 정원을 늘리는 문제는 직장 근로 청소년들에게 고등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고급 기술인력의 확보라는 정책목적 달성을 위해 필요한 일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국가 백년대계로서의 교육정책, 특히 대학교육에 관한 정책방향은 현실적인 측면 못지 않게 먼 장래와 국제적 추세를 내다본 미래지향성을 띠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나라는 아직 개발도상에 있다고는 하지만, 벌써부터 선진 산업사회가 안고 있는 것과 같은 여러 어려운 문제에 직면, 이미 커다란 도전을 받고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인구의 과밀화 도시화에 따른 환경문제, 자원의 고갈, 그리고 동양적 전통문화와 서구적 외래문화가 교차하는 싯점에서의 새로운 문화적 전통을 창조하고 정착시키는 과제들이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문제들에 대하여 지성인답게 대처하고, 올바른 역사관과 가치관을 형성하는데는 그에 따른 고등교육의 「비전」이 확고히 서있지 않으면 안 된다.
이 같은 견지에서 볼 때 기술계 못지 않게 인격적 발전과 윤리적 덕성을 함양하는 기초 교양계 학문분야의 경시는 단견이라 아니할 수 없는 것이며, 또 훌륭한 시설과 교수요원들을 상대적으로 많이 확보하고 있는 서울소재 대학들에 대한 지나친 차별정책은 결코 현명한 것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다시 말해 대학정원의 조정문제에 있어 기술인력공급·수도권인구 억제정책 등을 이유로 지나치게 지역별·계열별 차별정책을 고수하는 것은 너무 근시안적이라는 것이다.
앞으로 산업이 더욱 분화되고 발달하게 되면 고도의 기술개발을 위해서도 기초과학의 실력을 갖춘 새로운 인력이 요구될 것이라는 것을 예측하기는 어렵지 않다. 특히 갈수록 높아지는 중등교육 인구의 파고는 고등교육 인구에 압력을 더욱 가중시켜 갖가지 사회문제를 야기 시킬 것도 분명하다.
적령인구에 대한 대학생 비율을 보아도 엄격한 「엘리트」 위주 대학교육을 실시해 오던 영국도 근년에는 19%에 이르고 「프랑스」만해도 24%에 이르고 있다.
그런데도 유독 우리만이 8% 선으로 무리하게 억제하고 있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한때 「우골탑」으로 지칭됐던 대학교육의 양적 팽창이 사회적 낭비라는 이유로 억제됐지만 오늘의 급속한 경제발전이 그나마 풍부한 고등교육 인구를 발판으로 해서 가능했다는 것을 상기해야 하지 않겠는가.
질적으로 높은 고등교육을 받은 인력은 바로 국력이라는 논리가 옳을진대 대학을 향한 진학의 문은 되도록 넓게 개방하는 것이 선진적인 문교시책 자세라는 것을 단언해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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