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차기주자' 공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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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안희정(左), 정진석(右)

충남지사 선거에서 맞붙은 정진석 새누리당 후보와 안희정 새정치민주연합 후보가 대권을 놓고 설전을 벌이고 있다. 안 후보가 지난 17일 천안시 쌍용동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지방정부 실험을 통해 (준비가 됐다는) 확신이 든다면 확신이 든 다음 날이라도 대한민국의 지도자가 되겠다고 선언하겠다”고 밝히면서다. 안 후보는 18일엔 선거사무소에서 열린 지지자들과의 간담회에서 한 참석자가 “오늘은 충남 도민으로 왔지만 다음엔 대한민국 국민으로 응원하러 오겠다”고 말하자 “고맙다”고 답했다.

 안 후보는 지난 17일 “제가 두려운 것은 준비가 안 됐는데 기대를 받을까 하는 것”이라며 “준비를 하겠다. 검증된 약효와 실험 결과를 가지고 주권자들이 나라의 지도자를 검증할 수 있게 하는 게 정치인의 도리”라고 강조했다. 도지사로 능력을 인정받은 다음 대권에 도전하겠다는 이른바 ‘2단계 대권론’이다. 그러면서 “대통령 중심으로 운영되는 대한민국은 더는 작동할 수 없고 20세기 박정희식 국가중심주의로는 현재와 미래의 대한민국을 이끌어 가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안 후보는 지난 15일 출마 기자회견에선 “일 잘하고, 진보와 보수를 통합하는 도지사가 돼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끌어 갈 새로운 지도자로 성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안 후보의 대권 언급에 대해 정 후보는 “미몽(迷夢)에서 깨어나라”고 정면 비판했다. 정 후보는 논평을 내 “지방정권 성과를 바탕으로 대권에 도전하겠다지만 정작 안 후보의 지방정권 성적표는 너무나 초라하다”며 “2년 연속 정부합동평가 16개 시·도 가운데 꼴찌, 안전관리 분야 9개 도(道) 가운데 꼴찌, 국민권익위 평가 전국 17개 시·도 중 꼴찌란 사실은 분명한 팩트”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안 후보를 “4년 내내 도정을 한 사람이라 보기 어려울 만큼 ‘빈 깡통’”이라고 맹비난했다.

 안 후보의 차기 주자론을 놓고 안 후보 측과 정 후보 측은 동상이몽이다. 안 후보 측은 충남 여론이 ‘안희정 대망론’에 나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 안 후보 측 관계자는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와 이인제 전 국민신당 대선 후보 이후 충남에선 큰 정치인이 나타나지 않았다”며 “여론조사에서 여당 지지층 일부가 안 후보를 선호하는 것은 충청 민심이 지금 인물을 기다리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안 후보가 충청 주자론으로 친노 이미지를 벗으려 한다는 해석도 있다. 안 후보 측 인사는 “안 후보는 노무현 대통령 재임 때 아무런 직책을 맡지 못했다”며 “진보와 보수를 통합하는 도지사가 되겠다고 한 것도 노 전 대통령의 후광이 아닌 충청의 도지사로서 보여준 능력으로 승부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차기 주자론을 펼치는 안 후보에 대해 정 후보는 “박근혜 대통령과 호흡을 함께하며 지역경제를 발전시킬 적임자”라고 맞불을 놓을 계획이다. ‘힘 있는 여권 도지사’를 내걸어 ▶서해항만경제권 개발 ▶내포신도시 정상화 ▶재난 제로 안전센터 신설 등을 공약으로 제시할 방침이다. 새누리당은 역설적으로 안 후보 측의 차기 주자론과 정권 심판론으로 선거 프레임을 짜는 게 나쁘지 않다는 입장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선 후보 간의 대결에서 정 후보가 열세지만 충남의 정당 지지율과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에선 앞서기 때문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16일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대전·세종·충청 지역의 정당 지지도는 새누리당 43%, 새정치연합 26%였다. 박 대통령의 직무평가도 ‘잘하고 있다’ 58%, ‘잘 못한다’ 32%였다. 정 후보 측 관계자는 “충남의 보수적인 정서를 감안하면 대권 거론은 한계가 있다”며 “유권자들은 막판엔 결국 우리 지역 경제를 누가 더 잘 발전시킬까를 따지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성우·권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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