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상태는 아니지만 합동사 만들어 엄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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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아랍」 강경파 나라들의 「트리폴리」 선언은 한말로 소리는 크지만 실이 있을성 싶잖은 구호로 보인다.
「이집트」와의 정치 및 외교 관계 동결이나 「시온」주의 적과 거래하는 「이집트」개인·회사·기관에 대한 「보이코트」 등 경제 제재는 「이집트」에 심각한 타격이 될리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대 「이집트」 대항전선』이라 해도 무슨 전쟁 상태에 있는 나라 사이도 아닌 만큼 실제로 어떤 영향력을 발휘할지 의문이려니와 외교 동결이 「단교」도 아닌 대사 소환에 그치는 것이라면 그 또한 별무 신통이다.
더우기 이들 나라 중 『어느 한 회원국에 대한 공격은 모든 회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한다』는 것도 아직 양측이 일전불사의 단계까지 간 것은 아니기 때문에 모호한 표현.
또 「적에 대결하는 주기지」인 「시리아」에 대해 경제적·정치적·군사적 지원을 다하자고 다짐했지만 과연 이들의 결속이 얼마만큼 유지될지 의문이다..
특히 이번 「트리폴리」 선언에 가담한 나라들이 「시리아」와 PLO를 제외하면 「이스라엘」과의 직접 대결 당사자가 아닌 만큼 공연히 미운 「이집트」 때문에 「시리아」나 PLO를 이용하려다가 이들의 입장만 더욱 곤궁하게 몰고 갈지도 알 수 없다.
그러나 이에 대한 「사다트」의 반응은 너무나 강렬한 것이기 때문에 「아랍」형제국들 사이의 감정적 대립이 쉽사리 해소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를 낳게 된다. 외교 동결이 아닌 외교 단절을 들고 나온 「이집트」의 처사로 은근히 대화와 협상의 길을 기대하고 있는「시리아」와의 거리가 더욱 벌어질 수 있겠기 때문이다.
어떻든 「사다트」는 내심 「이스라엘」과의 단독 협상을 통한 「시나이」 반도 회복을 목표로 하는 만큼 「카이로」와 「제네바」 협상 「테이블」을 충분히 이용할 결의를 굽히지 않을 것 같다. <공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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