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문학 시장」의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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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70년대에 들어선 이래 한국 문학에 있어서 가장 커다란 문제로 부각된 것은 문학이 상품화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문학을 행하는 사람이나 받아들이는 사람이 똑같이 제한된 특수층이라는 신문학 개화 이후의 일반적 통념을 깨뜨리는 새로운 현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이미 여러 문인들에 의해 논의된 바와 같이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의,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긍정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이는 문인들에 의하면 예술이 아무리 본질적인 순수성을 중요시해야 한다 하더라도 대중을 무시할 수 없으며 따라서 오늘날처럼 문학이 대중과 밀착된 것은 문학 발전의 또 다른 일면을 나타내는 새로운 문화 질서로 간주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부정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이는 문인들에 의하면 「문학의 대중화」에도 문제가 있지만 오늘날과 같은 문학 현상은 「문학의 대중화」로부터 한 걸음 진전한 「대중 문학 현상」이라는 것이다. 이 같은 우려는 두말할 필요 없이 문학의 본질적인 성격상 문학이 과연 대중을 위해서만 존재할 수 있는 것인가, 즉 문학이 하나의 상품으로서의 존재 가치를 과시하는 것으로 끝나는가 하는 의문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그 같은 문학의 대중화 현상, 문학의 상품화 현상이 70년을 전후하여 등단한 몇몇 이른바 「70년대 작가」의 강력한 영향력이 줄기를 이루었음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그들의 공과는 차치하더라도 확실히 그들은 조용하기만 하던 한국 문단을 뒤흔들어 놓았으며 문학에 무관심하던 대중으로 하여금 『도대체 저들의 작품은 무엇인가』하는 호기심을 갖게 했다.
어느 평론가가 지적한 바 『그들의 작품은 이 시대의 아픔을 가장 잘 나타내고 있다』는데도 타당한 일면이 있지만 좀 다른 각도에서 보면 그들은 『현대인이 문학을 통해서 무엇을 보고자, 무엇을 얻고자 하는가』에 대해서 남달리 뛰어난 감각을 지니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가령 단순한 연애 소설의 소재도 이들의 손을 거치면 다만 달착지근한 재미만이 아닌 다른 그 무엇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비판적인 관점에서 받아들이면 이것 역시 대중에 영합하기 위한 하나의 가벼운 기교로 생각할 수도 있다. 그들 자신은 이것이 어떻게 대중 문학일 수 있느냐고 항변하지만 대중을 의식하고 작품을 쓸 때, 이미 그 순간부터 문학 본래의 순수성은 파멸된다는 것이 문학적 통념이다. 「70년대 작가」들이 그들 초창기에 보여준 날카로움과 번득임이 최근에 이르러 많이 퇴색하고 있다는 일반적인 견해도 여기에 기인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나라의 문학이 60년대, 혹은 그 이전의 상황 (창작과 발표와 독서가 제각기 겉 돌아가는)으로 되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문학 작품은 계속 많이 씌어져야 하고 많이 발표되어야 하며 많이 읽혀져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볼 때 가장 이상적인 것은 수준 높은 작품이 많이 팔려주는 것이지만 그것을 기대하기에는 우리 나라의 문학 시장이 아직도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으며 전체적인 독자의 수준 역시 그것을 기대하기에는 다소 뒤떨어지는 느낌이다.
여기서 재기되는 것이 「상품으로서의 문학」과 「문학의 순수성을 유지하는 문학」의 확연한 구분에 대한 필요성이다. 「상품으로서의 문학」은 반드시 「대중 문학」과 같은 개념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이 경우 「상품으로서의 문학」은 아직 문학의 본질적 핵심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는 상당수의 독자들을 그것에 접근하게 하는 가교의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는 것이 많은 문인들의 의견이기도 하다.
이것이 신문학 개화 70주년을 맞는 현 시점에서, 80년대를 목전에 둔 현 시점에서 바람직한 한국 문학의 방향이 되리라는 것이다.
다만 경계해야할 것은 「상품으로서의 문학」이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대중 문학」으로 전락하게 되는 경우다. 이것은 물론 독자가 해결해야할 문제가 아니며 오직 작가 자신, 문인 자신의 문제일 수밖에 없다.
모든 문인이 문학의 순수성을 옹호하고 문학의 기능에 대한 투철한 작가 정신을 가질 때 「문학의 상품화 현상」은 반드시 부정적인 것으로 매도돼야 할 까닭이 없게 될 것이다. <김윤식·김치수·김현·최인호·조해일씨 등의 의견을 종합한 것임><끝><정규웅 기자>

<차례>
①문학 비평은 제구실을 다하고 있는가 <이재선>
②계간 문학지의 이상 비대 현상 <김윤식>
③「70년대 작가」 작품 그 「붐」의 배경 <김우종>
④원고료 인상과 작품 수준의 함수 <유종호>
⑤작가의 지적 활동과 작품에의 반영 <김치수>
⑥「문학 시장」의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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