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다트」는 왜 이스라엘 방문에 정치 생명을 걸었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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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사다트」 「이집트」 대통령의 「이스라엘」 방문에 대해 홍해의 바닷물을 가르고 「이스라엘」 민족을 「이집트」로부터 구출해 낸 「모세」의 대역사에 비유했다. 그러나 「사다트」의 「이스라엘」 방문은 표면에 나타난 것만으로 볼 때 많은 의문점을 안고 있다. 「사다트」는 왜 「아랍」세계에서의 고립을 무릅쓰면서 「이스라엘」 방문을 감행했을까. 「가디언」지는 이 문제에 대해 재미있는 분석을 내리고 있다.
이 신문은 「카이로」특파원 「존·벌로치」가 보낸 기사에서 「사다트」 방문은 「아랍」의 「이스라엘」 접경 국가, 즉 「이집트」 「시리아」 「요르단」을 분열시켜 「아랍」의 기선에 의한 중동전의 재발을 막아 보려는 미국의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동의 전략 균형을 볼 때 「이집트」와 「시리아」가 협공하고 「요르단」이 제3의 전선을 열어야만 「아랍」의 선제에 의한 전쟁은 가능해진다.
만약 「이집트」가 「이스라엘」과 독자적으로 화해할 경우 이런 「아랍」 공동 전선은 무너지고 중동 문제의 기본적 해결을 얻지 못하더라도 전쟁을 방지하게 되어 중동 석유의 중단 없는 공급을 받으려는 미국의 목적은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 「가디언」지의 주장이다.
이와 같은 미국측 노력에 「사다트」가 호응한 것은 끝없는 군비 경쟁으로 인해 국내 경제 개발이 지연되고 이 때문에 「사다트」자신의 정치적 기반이 위협받고 있는 현상을 벗어나려 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사다트」는 중동 문제에 결정적 타결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1978년 5월부터 9월 사이에 전쟁이 불가피하게 재개될 것으로 우려해 왔다.
그 이유는 이 때쯤 되면 「이집트」가 장비하고 있는 소련 「미사일」의 시효가 만료되고 또 이시기가 미국 의회의 중간선거와 일치하기 때문에 미국의 추가 군사 원조를 기대하기가 곤란해서 「이집트」가 극히 피해 받기 쉬운 상태에 놓이게 된다.
그래서 「사다트」대통령은 그 이전에 돌파구를 찾아야 되는 궁지에 몰려 있으며 미국측이 주선하는 「제네바」 회의에서도 신속한 결정을 얻을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 미국측 제안대로 「아랍」권의 의견 불일치를 무릅쓰고 「이스라엘」 방문을 결정했다고 이 신문은 주장하고 있다.
미국측 전략을 주도한 것은 「브레진스키」 안보담당 보좌관. 그는 「루마니아」의 「차우셰스쿠」 대통령을 가운데 넣어 「사다트」 대통령에게 독자적인 대 「이스라엘」 화해를 권유케 했고 첫 접촉에서 호의적인 반응을 얻자 「카이로」주재 미대사 「허먼·엘츤」씨가 실무 차원에서 「사다트」대통령의 「이스라엘」방문을 성사시켰다는 것이다. 【런던=장두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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