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만달러 체크 깡' 한인 사기단 적발

미주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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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은행으로부터 최소 1500만 달러를 훔쳐낸 한인 대규모 수표사기단이 적발됐다. 14일 연방수사국(FBI) 매튜 문 요원이 아직 체포하지 못한 사기단의 수장 정재호씨의 사진을 가리키며 범행수법 등을 설명하고 있다. 김상진 기자

남가주 지역에서 수 년간 대규모 수표사기(Check Kiting) 행각을 벌인 한인 조직이 적발됐다. 지금까지 확인된 피해금액만 최소 1500만 달러에 이른다.

14일 연방수사국(FBI)은 2010년 2월부터 2013년 10월까지 뱅크오브아메리카.웰스파고.JP모건체이스.US뱅크 등을 상대로 체크 카이팅을 한 일당 12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FBI에 따르면 이 조직의 전체 조직원은 15명이며 주범인 한인 정재호(44.웨스트우드 거주)씨 등 3명은 추적중이다. 체포된 12명중 10명은 한인으로 밝혀졌다.

이번 수사는 '체크깡(Check Kkang)'이라는 이름 아래 FBI를 비롯한 연방국세청(IRS).포모나경찰국.국토안부조사부(HSI) 등 16개 기관의 공조로 진행됐다.

FBI는 이 조직원들이 브로커.돈세탁.홍보 담당 등 업무를 분담하며 전문적으로 움직였다고 밝혔다.FBI의 티모시 딜레이니 수사관은 "이들은 '현금을 마련해 준다'는 내용의 광고 등을 낸 뒤 이를 보고 찾아온 고객중 신용이 좋은 이들을 뽑았다"며 "이들의 계좌를 이용해 체크 카이팅을 하는 수법으로 돈을 빼돌렸다"고 밝혔다.

체크 카이팅은 수표를 입금한 후 잔고 확인에 필요한 2~3일 동안 은행이 입금자가 일부 금액을 사용할 수 있도록 편의를 봐 주는 시스템을 악용하는 수법을 말한다.

이들이 발행한 수표 액수는 2300~2만8000달러까지 다양했으며, 계좌 소유자에게는 100~1000달러를 커미션 명목으로 지불했다.

수사당국은 이들에게 은행계좌를 빌려준 고객들에 대한 수사 방침도 밝혀 파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특히 적극적인 가담 사실이 밝혀질 경우 체포 가능성도 있다고 당국은 밝혔다.

딜레이니 수사관은 "이 조직은 가주는 물론, 뉴욕.뉴저지.버지니아.텍사스.메릴랜드 등 전국을 무대로 사기를 벌였다"며 "피해금액 및 피해자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일부 조직원은 불법체류자이며 아직까지 갱이나 해외조직과의 연계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덧붙였다.

FBI는 주범 정씨를 비롯해 브로커 로저 이(48.세리토스 거주)씨와 돈세탁 역할을 맡았던 이혜란(30.어바인 거주)씨의 행방을 쫓고 있다고 밝혔다.

IRS 에릭 마르티네스 수사관은 "이번 한인 체크깡 사기단은 매우 정교하고 교묘한 수법의 전문가들"이라며 "광고를 보고, 자신의 계좌를 선뜻 범행에 사용하도록 한 이들에 대한 수사도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체포된 용의자들에게는 은행사기 및 은행사기 모의 등의 혐의가 적용됐으며, 유죄가 인정되면 최대 60년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 수표사기(Check Kiting)

은행에 체크를 입금할 경우 사용 가능한 잔고로 결정되는 데 2~3일이 걸리는 것을 악용해 현금을 인출하거나 물건을 구입하는 행위. 주로 미국계 대형은행이 대상이며 3~4개 은행에 계좌를 열고 다른 은행의 체크나 이미 부도난 수표를 입금한 뒤 하루나 이틀 뒤 이를 현금으로 사용하는 범죄다.

구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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