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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병 동의안 국회 논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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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이라크전 파병 동의안이 2일 국회에서 통과됐다. 두 차례 처리가 지연되는 진통을 겪은 끝이다.

여의도 국회의사당 일대는 아침 일찍부터 몰려든 시민단체와 시위대들로 들끓었다. 이들은 파병안 찬성과 반대로 갈려 곳곳에서 산발적으로 구호를 외치며 거리 행진을 벌였다. 일부 시민단체는 전날부터 국회 앞에서 밤샘 시위를 벌이며 파병반대를 외쳤다.

격렬한 찬반 논쟁=여덟명의 의원이 나서 불꽃 튀는 찬반토론을 했다. 주로 민주당 의원들이 파병 반대를, 한나라당 의원들이 찬성론을 폈다.

민주당 정범구(鄭範九) 의원은 "명분도 타당성도 없는 침략전쟁에 참전한다면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날 경우 어떻게 세계 여론의 지지를 받아낼 수 있겠느냐"고 했다.

최근 이라크 방문에서 돌아온 같은 당 김성호(金成鎬) 의원은 "터키 의회가 그랬듯 국회가 盧대통령의 판단 잘못을 바로잡는 역사적 선례를 만들자"고 주장했다. 같은 당 김근태 의원은 "파병을 담보로 북핵의 평화적 해결을 약속했다지만, 그것은 미국이 이라크전에 발목을 잡혀있는 동안일 뿐이며 시간이 지나면 공수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서상섭(徐相燮) 의원은 "이라크전에 반대하는 이유는 명분 없고 비열한 전쟁이기 때문"이라며 "석유 몇 방울 챙기려고 동조해서야 말이 되느냐"고 파병반대를 외쳤다.

찬성론자들은 국익론으로 맞섰다.

육군대장 출신인 한나라당 박세환(朴世煥) 의원은 "7백명 내외의 공병대를 보낸다는 것은 한.미동맹 지속비용으로 생각해야 한다"며 "미군은 한국전 당시 1백78만명을 투입했고 지금도 한반도 안보를 위해 3만7천여명의 병력이 주둔하고 있다"는 현실론을 폈다.

민주당 박병석(朴炳錫).한나라당 오세훈(吳世勳) 의원은 '공병대를 제외한 의료지원단만 파견하자'는 수정안에 동조했다. 이들은 "파병에 찬성하는 게 북한에 대한 미국의 일방적 행위를 제어할 최소한의 보험일 수 있다"며 "의무병 파병은 명분과 국익을 위한 차선의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파병 반대파들, 표결로 선회=민주당 김근태.김영환(金榮煥), 한나라당 서상섭.김부겸(金富謙) 의원 등 '반전.평화의원 모임'소속 의원 20여명은 본회의 표결에 앞서 오전에 별도 모임을 갖고 "찬반토론이 충분히 보장되면 표결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정리했다.

일부 강경파 의원들이 국회의장실 점거나 표결저지를 주장했지만, 여론 악화를 우려한 대다수 의원들의 주장에 묻혔다.

이 자리에선 ▶盧대통령이 국회연설을 통해 대국민 설득에 나선 데다▶파병안 처리가 또다시 지연될 경우 심대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이정민.고정애 기자 <jmlee@joongang.co.kr>
사진=조용철 기자 <youngcho@joongang.co.kr>
사진=김형수 기자 <kimh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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