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간의 문화교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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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최근 들어 활발해진 각 지방도시 예술단체의 서울 원정공연과 중앙 예술단체의 지방 순회공연은 서울과 지방사이의 문화적 격차를 해소하는데 적잖은 기여가 되리라고 생각된다.
국립교향악단을 비롯한 중앙의 7개 공연단체는 이미 수년 전부터 지방순회공연을 실천해 왔고, 대구·부산·대전 등지의 각 교향악단과 무용단의 서울진출도 점차 활발해지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러한 움직임을 통해 지방에서의 문화활동의 불모현상과 문화의 서울집중이라는 오랜 병폐가 점차 시정되는 계기가 마련되었으면 좋겠다.
상품으로서의 예술 작품이나 공연물의 유통「채널」과 구매력, 또는 기예습득의 기회가 수도지역에만 집중돼 있는 곳일수록 문화의 집중 현상은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경향을 보여왔다.
이에 따라 지방문화권의 잠재적인 예술인력과 수요자들은 불가불 수도권의 문단이나 무대만을 바라보고 집결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러한 집중현상은 자연히 지역사회의 문화적 침체와 지방문화권의 「오리지낼리티」상실을 가속화시켜온 것이 사실이다. 몇몇 선진국의 경우엔 각지방 문화권은 그 나름대로의 독특하고 고유한 「오리지낼리티」를 견지한 채 전체가 하나의 「다양성의 문화」를 이룩하고 있지, 특별히 중앙문단이니 중앙악단이니 하는 획일적인 독무대는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령 미국의 경우만 해도 남부를 대표하는 「테네시·윌리엄즈」가 있고 중서부를 대표하는 「월리엄·인지」가 있으며, 동부를 대표하는 「아더·밀러」의 세계가 있다. 우리 나라의 경우에도 과거에는 남도의 판소리, 서도의 창, 경기의 잡가, 동래·수영·통영·양주의 탈춤이 있었다.
이처럼 각지방 문화권의 다양한 예술형식과 고유한 작품세계가 균형 있게 보전·발전될 수만 있다면 그것이 바로 참된 의미의 경향 예술교류요, 문화활동의 전국화 이외에 다른 것이 아닐 것이다.
그렇지 않고 경향간의 예술교류라는 것이 단순히 수도권 문화풍토의 일방적인 지방석권에만 그치는 것이라 한다면, 본질적인 의미의 문화격차 해소는 이룩되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모처럼 착수된 경향간의 예술행사 교류가 본격적인 의미의 문화적 성과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이제 막 싹트기 시작한 지방문화활동의 고유한 발전과 육성에 각별한 관심과 지원이 경주되어야만 할 것이다.
근자에 우리 지역사회 각처에는 문학·음악·미술·연극·무용 등 다양한 예술분야에 걸쳐 주목할만한 독자적 소「그룹」활동이 싹터온 것으로 전해진다.
부산·광주 등지의 지방문단형성 기운이라든지, 부산·대구·대전 등지의 교향악단·무용단·「오페라」단 활동들이 각자 지역적인 동질성과 독창성에의 응집을 통해 조그만 자기세계들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움직임들이 균일적인 성장을 이룩해 나갈 때 비로소 「문화격차」는 서서히 해소돼 갈 것이다.
단지 지금 이들 지방문화인들에게 부족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열의가 아니라 활동을 위한 재정적 여건이며, 예술수요자일반의 보다 진지한 관심과 호응이라 하겠다. 관계 부국과 시민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촉구해두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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