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발해진 서울과 지방의 「예술교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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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이번 가을에 접어들어 각지방도시 예술단체의 서울 원정공연이 크게 늘어났다. 이러한 경향은 특히 음악의 경우 두드러져 지방도시의 교향악단·「오페라」단 등의 서울공연이 다채롭게 가을 악단을 수놓고 있다. 이와 함께 국립극장 산하 국향 등 7개 공연단체와 서울음악인들의 지방순회연주도 최근 1, 2년 사이 많이 늘어 음악의 상호 교류활동은 서울과 지방의 두드러진 문화격차를 좁히는 바람직한 움직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올 가을 특히 10월에 들어와 서울 원정연주회를 가졌거나 계획하고있는 음악단체는 줄잡아 5, 6개. 대구시향(지휘 이기홍)이 지난 5일 제2회 서울공연(류관순 기념관)을 가졌고 부산시향(지휘 한병함)도 지난 7일 연주회(류관순 기념관)를 가져 서울 공연4회를 기록했다.
소아마비로 지체가 부자유한 20대 젊은이들로 구성된 대전「베데스다」4중주단의 첫 서울조청연주회는 13, 14일 공간사랑에서 있었고, 대구 계명대음악학부 교수와 졸업생으로 이루어진 계명「오페라」단(단장 신일희)의 창단기념 『카르멘』공연은 29, 30일 국립극장에서 펼쳐진다.
그밖에 부산 무용인들로 구성된 부산 무용단(지휘 강이문)은 지난 9일 문예진흥원 지원으로 지방무용단으로는 처음으로 서울시민회관 별관에서 공연을 가졌다.
한편 서울 음악인들과 외국초청연주가들의 지방순회연주도 최근 1, 2년 사이 상당히 활발해졌다. 74년부터 지방순회공연을 시작한 국립극장산하 7개 공연단체는 금년에 들어와 평균 한 달에 1차례씩 지방순회공연을 하고있어 예술교류의 선도적 역할을 맡고있다.
그리고 지난 9일부터 15일까지 열린 제2회 대한민국 음악제에 참가한 「바이올린」의 「가브릴로프」, 「피아노」의 「헬비히」 등 외국연주가와 이성주(바이얼린)·백청심(첼로)양이 부산·대구 등 지방순회연주회를 갖는다.
그러나 이러한 서울과 지방 상호교류 연주회는 ▲지방 음악인을 자극하고 ▲지방 또는 서울로 한정된 발표무대를 넓히고 ▲전국적으로 고른 음악수준의 발달을 기한다는 등의 이점 외에 몇 가지 문제점이 있다고 작곡가 권용진 교수(경희대)는 지적한다. 전반적으로 재정형편이 여의치 못한 지방도시 음악단체의 경우 서울 원정 연수회를 위한 비용(교향악단의 경우 약 2백만원)은 큰 부담이 된다는 것.
따라서 권 교수는 전국적으로 고른 음악발전을 위해 국가에서 정책적으로 지원해 줄 것을 건의하고 있다.
『지방 악단의 육성은 우리 나라 음악발전을 위해 필수적인 것이다. 그뿐 아니라 매년 2백∼3백명씩 배출되는 젊은 기악전공 음대졸업생들에게 「예술의 터전」을 마련해 주는 좋은 방안이기도하다』고 그는 말했다.
그밖에 일부 서울음악인들이 지방순회 공연을 소홀히 여기는 음악계의 풍토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 76년 말 순천에서 독창회를, 77년 초에는 부산시향과 협연하는 등 비교적 잦은 지방공연을 가진 「소프라노」 유태열 교수(서울대 음대)는 지방 음악청중들의 수준이 상당히 높으며 좋은 음악회를 갈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서울의 음악인이나 외국에서 초청된 외국연주가들이 지방연주를 할 때는 좀 더 세심하게 「레퍼토리」를 선정하고 성의 있는 태도로 임해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금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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