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더」의 자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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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서독의 여객기납치범 사살사건은 여러 가지 반작용을 불어 일으키고있는 것 같다. 우선「유럽」각국의 극좌파들이 여러 가지 보복「테러」를 일으키고 있다.
그런가하면 「슈탐하임」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던 「바더」의 자살에 대한 책임을 지고 교도소장이 파면되고 주 법무장관이 사표를 냈다.
수수께끼와도 같은 얘기다. 따지고 보면 온 세계의 찬양을 받고는 있지만 서독의 인질구출작전과 같은 강경책은 동양사람들에게는 여간해서 생각해내기 어렵다.
만약에 구출작전이 실패한다면 1백여명의 생명은 없어진다. 그런 줄 알면서 감행할 만큼 냉혹할 수는 없다는 것이 일본 조일 신문의 논평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보다 더 큰 수수깨끼는 「바더」의 옥중자살사건이다. 「바더」는 서독의 극좌「테러」조직인 「바더·마인호프」단의 두목이다.
그는 지난 68년에 처음으로 「프랑크푸르트」의 백화점에 방화한 것을 비롯하여 지금까지 22명의 인질들을 납치하여 살해했다. 「뮌헨·올림픽」때의 대학살 사건도 이들의 만행이었다.
그렇던 그가 「루프트한자」기 납치사건이 실패한 다음날 죽었다. 처음에는 자살로 보도되었었다. 그러나 그의 변호사는 타살이라고 주장하고있다.
그의 주장도 그럴듯하다. 총알이 목뒤로부터 두개골을 뚫고 들어갔다는 것이다. 서독에서 가장 경비가 삼엄한 「슈람하임」교도소 안에서 어떻게 「바더」가 총기를 입수할 수 있었느냐는 의문도 내놓았다.
서독의 교도소는 그러나 실상 그렇게 경비가 엄한 것도 아니다. 「바더」는 지난 70년에도 탈옥에 성공한 적이 있다.
현재 「바더」의 자살여부를 가리기 위해 2명의 검사와 5명의 법의학자, 1명의 판사 등 9명이 규명에 나섰다고 하니 조만간 진상은 밝혀질 것이다.
그러나 납득하기 어려운(?) 것은 왜 이처럼 서독정부가 법석을 떨어야하느냐는 문제다. 슬쩍 넘길 수도 있을 것이다. 또 「바더」는 천인공로 할 만한 흉악범이기도하다.
그러나 만약에 그가 타살로 밝혀진다면 그 여파도 적지는 않을 것이다. 역시 법과 질서를 위해서는 어떤 희생도 참아야겠다는 것일까.
서독정부로서는 갈수록 태산인 것만 같다. 치안당국은 『잠재적인 위험분자는 1천2백명, 동조자는6천명』이라고 보고있다.
실제로 「바더」의 일당이 서독각지에서 약탈·납치·살인을 자행하면서도 잡히지 않은 것은 그들을 숨겨주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봐야 한다.
그들이 왜 동조하는지도 우리에게는 수수께끼다. 다만 그들이 「히틀러」망령의 부활을 재촉하고있고, 여기에 또 서독의 고민이 있다는 것만이 분명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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