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특 적자에 밀려난「고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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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올해 정부의 추곡수매의 결정은 저율인상·다량 수매로 요약될 수 있다.
인상률은 낮추되 수매 량은 늘리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같은 정책 방향은 이제까지 정부가 추진해 온 고미가 정책에서 전환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의 이 같은 정책 전환은 5년간 계속된 풍년으로 주곡의 자급기반이 조성되었고 누적된 양 특 적자의 부담을 해소함 필요성이 점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그 동안의 농업기반 조성사업이 성과를 거두어 안전답이 84%를 차지, 이제는 웬만큼 가뭄이 들어도 최소한 3천2백만 섬의 생산이 가능하게 됐다.
그런가 하면 양 특 적자는 4천억 원 대를 넘어 건전 재정운용에 적지 않은 주름을 주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여건에서 정부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양 특의 전환을 촉구하는 소리가 높았다.
뿐만 아니라 올해에는 통일 계 식수면적의 대폭 증가로 쌀 생산이 전에 없는 대풍을 이룸으로써 정부가 권장한 통일 계 쌀을 대량 수매해야 한다는 짐을 안게 됐다.
양 특 적자를 가능한 한 줄이면서 많은 양을 수매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은 정부로서는 고율 인상보다는 수매 량을 늘리는 쪽으로 기울게 된 것은 어찌 보면 불가피한 일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정책 방향이 타당성을 갖는 것은 결정된 수매 량과 수매가가 농민의 증산의욕을 고취하고 적대 재생산을 가능토록 보장해야 한다는 대전제를 안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이번 수매가·수매 량의 결정은 정책방향의 긍정적 측면에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문제점이 있다.
우선 농민의 생산비가 보상되는 선에서 수매가가 결정되었느냐 하는 점이다.
저율 인상이라 하지만 최소한 생산비는 보장되는 선에서 수매가가 결정돼야 한다는 것은 기본적인 요구이다.
지난 한해동안 농촌 노임만 해도 20∼30%가 올랐다. 부가가치세 실시로 공산품 가격도 대부분 크게 올랐다.
이 같은 물가추세에 비추어 볼 때 13.2%라는 수매가가 생산비를 보상할 수 있는지 극히 의심스럽다.
한 관계자는 생산비 추계가 연말이나 되어야 가능한 것이라 설명, 생산비에 대한 고려가 결여되어 있음을 시사했다.
둘째 이번 수매에는 시차제와 가격 차등 제를 도입하고 있는데 가격 차등 제는 여유가 있어서 늦게 수매에 응하는 농가에는 혜택이 돌아가지만 바로 수매에 응하지 않을 수 없는 영세농가에는 오히려 손실을 준다는 점이다.
연내에 수매에 응해야 만 하는 영세농은 평균 인상률에도 미달되는 12.1%의 인상률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셋째 13.2%라는 인상률은 저율 인상이 불가피 했다 하더라도 설득력을 잃은 너무 낮은 수준이라는 점이다.
생산비가 고려 안 된 점은 물론이고 이번 수매가 결정에 가장 큰 제약이 된 것으로 알려진 수매 재원문제에서도 올해 양곡관리 기금운영상 3천5백억 원의 자금여유가 있어 20%이상의 인상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도 인상을 13% 수준에서 억제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인상률을 낮추었으면 수매 량을 늘렸어야 한다.
넷째 과거 경제개발 정책의 집행 과정에서 농업부문은 광공업부문에 밀려 낙후를 면치 못하다가 극히 최후에야 소득수준이 도시와 균형을 이루고 있다.
그런데 이번 불특적자와 물가를 빙자한 수매가·수매 물량 결정은 호 경기를 누리고 있는 건설·상품 수출 등 다른 부문에서 생긴 주름을 농업부문으로 전가, 농민을 다시 희생시킬 우려를 안고 있다는 점이다.
통일 계 쌀 생산량 2천2백67만 섬 중 수매대상이 되는 것은 40%를 조금 넘는 수준으로 나머지 1천2백여 만 섬이 수매에서 제의되고 있다. 이 물량이 출 화되는 경우 가격 하락은 불가피 하며 결과적으로 통일 계 다수의 품종의 재배를 기피할 우려를 낳고 있는 점도 문제다.
쌀의 7분도 정을 폐지. 9분도 정으로 환원한 것은 수곡의 증산에 힘입어 정부 보유미만 10월14일 현재 6백80만 섬에 달하고 내년에는 전체 쌀 재고가 1천5백만 섬에 달할 전망이어서 도정도 규제에 의한 쌀의 소비 억제필요성이 해소된 것으로 본 때문이다.
한편 수매가격과 방출가격과의 차로 인한 양 특 적자는 76년 말의 2천9백93억 원에서 금년 중에 1천24억 원이 추가발생, 4천17억 원에 달하고 있다. <신성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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