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외균형의 교란 확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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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내외균형의 교란으로 인한 경제의 부문간 단층심화는 안정성장의 큰 문제점으로 등장하고 있다. 9월중 경제지표를 보면, 수출 등 대외 수지면 에서 지나친 호조를 보이고 있는 대신 내수는 저조하고 경기는 하강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8월중의 종합 경기지표가 7월의 1.6에서 1.5로 떨어졌다는 것은 4·4분기의 경기 하강을 예고하는 것이다.
금년의 경기예고 지표는 계속 작년보다 하향 국면을 상고하고 있다. 작년 1년 중엔 경기지표가 하강 권으로 떨어진 적이 한번도 없었다. 금년엔 2∼5월간 하강 세에 있다가 6∼7월 두 달 동안 겨우 벗어나는가 했더니 다시 8월에 하강의 문턱까지 간 것이다.
이러한 경기 상승세의 실속이 일시적인 것인지, 또는 구조적인 것인지에 대해 좀더 면밀한 분석을 하고 대책수립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경기의 실속 추세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심각하게 생각되지 않은 것은 중동 등 일부 수출부문의 호황이 지나치게「클로즈업」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사실 내외 수간의 격차는 날로 벌어져 중동건설을 포함한 수출관련 부문은 공전의 경기를 누리고 있는 대신 내수 부문은 심한 불황에 허덕이고 있으며 최근 들어선 재고의 증가가 두드러 진다.
중동을 제외한 수출 경기는 세계 경기의 만성적인 불황과 보호무역「무드」때문에 앞으로 어느 정도의 둔화가 불가피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금년 들어 9월말까지 수출 실적은 작년동기 보다 28.4% 증가한데 비해 신용 상 내도 액은 19.3%의 증가에 그쳐 수출 둔화의 조짐이 벌써 나타나고 있다.
수출둔화를 메우기 위해 금년도에 크게 역점을 두고 있는 주택 경기는 기대한 것만큼 피어나지 못하고 있다. 8월까지의 건축허가 면적은 작년에 비해 10.9%의 증가에 그쳤다. 금년연초에 마련된 주택건축 촉진 책 등 이 제대로 시행되고 있는지 종합적으로「체크」, 애로부문의 제거가 필요할 것 같다. 앞으로 수출증가에 의한 경기 상승엔 한계가 있는 만큼 내수기반의 확대를 위한 정책방비가 당면과제로 등장하고 있다.
경기실속과 불가 동요에도 불구하고 외환수지는 계속 흑자를 실현, 보유고가 40억「달러」를 돌파했다. 이에 따라 외환부문이 통화증발을 준비, 9월말 통화가 연율 50%라는 폭발적 증가를 기록했다.
국제수지「베이스」에선 아직 적자 권에 있는 경상 거래가 외환수지「베이스」에서 무려 13억「달러」의 흑자를 냈다는 사실이 바로 대내외 정책간의 부조화를 단적으로 나타내는 것이다.
외환고의 급증과 이로 인한 통화팽창은 국제경쟁력의 월등한 우위 때문이라기보다 외환· 통화·물가 정책간의 상위에서 오는 것이라 보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국제수지의 심한 불균형에서 균형으로 이행하는 전환기에 대응한 정책조정이 잘 안되고 있는 것이다.
외환누증과 통화증발, 또 물가 동요를 완화하기 위한 수입확대도 계속 지연되고 있다.
그런데도 9월엔 재정과 민간부문에서까지 통화가 늘어 걷잡을 수 없는 통화팽창을 이룩했다.
아무리 추석 등 계절적 요인이 있다 하지만, 9월말 통화량이 이미 연말 억제선인 10%를 상회하여 29.7%에 이르렀다는 것은 심각한 사태가 아닐 수 없다. 4·4분기 중 추곡 수매 등 자금 살포가 많으리란 점을 감안할 때, 10%의 통화 억제 선을 지키기 위해선 비상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9월중 물가는 추석이 끼었음에도 불구하고 다행히 미 등에 그쳤으나 과잉 유동성 등 불안요인이 많으므로 세심한 주의를 해야 할 것이다.
9월중의 경제지표로 보아 앞으로의 경제 전망은 결코 낙관할 수 없는 형편이다. 이럴 때일수록 물가·통화·외환·경기를 망라한 대내외 균형과 정책의 종합 성이 더욱 절실히 요청된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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