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가면극 연구회|봉산탈춤 미-일 순화공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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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조선조말기까지 면면히 그 원형이 보존되고 민족의 놀이로서 계승되던 것이 우리나라의 가면극들이었다. 그러나 일제의 강점기와 해방 후 6·25 등을 통해 물밀듯 밀려온 서양풍물은 우리나라 전래의 고유문화 중 많은 부분을 잠식, 특색 있는 민속놀이들이 일반 국민의 생활에서 멀어져 갔다.
이 같은 경향이 민족문화의 경시 풍조로 노골화되던 1957년 12월 16일 한국가면극연구회는 ①인멸의 위기에 있는 가면극의 계승발전 ②각종 가면의 복제 및 원형제작 ③탈춤 등 각종 놀이의 무형문화재 지정 ④민족고유의 각종 민속놀이 보급을 목표로 발족했다.
발족과 함께 가장 서둘러 착수한 것이 전국적인 가면극·탈춤 등의 소재조사, 60년대를 통틀어 양주별산대놀이·봉산탈춤·북청사자놀음·통영오광대·고성오광대·꼭두각시놀음· 선소리타령·강령탈춤·은율탈춤·가산오광대 등의 원형조사와 고증을 행했다. 이 같은 노력의 결실이 69년『한국가면극』(이두현 저)으로 집대성되기도. 이와 함께 주력한 것이 대학생을 중심으로 한 강습회 개최. 20여 회에 걸쳐 각종 가면극의 원형이 소개되자 60년대 우리 것을 찾자는 움직임과 함께 각 대학의 축제에는 산대놀이·오광대·탈춤 등 이 빠질 수 없는「프로」가 됐다.
특히 우리나라의 전통 극이라 할 수 있는 이들 민속놀이들은 현대 연극에도 큰 영향을 미쳐 희곡에 민속놀이가 주요소재로 등장하고 있다.
그뿐 아니라 70년대부터는 일반인에게도 보급을 힘써 30여 회의 국내공연을 가진 결과 「그로데스크」한 가면이 현대 실내장식에도 이용될 정도로 일반화되는데 크게 공헌했다.
특히 금년도 장려상 수상의 직접 계기가 된「봉산탈춤」의 미국 및 일본순회공연은 해외에까지 우리나라 고유의 민족문화를 널리 전파했다는 점에서 획기적인 행사로 인정되고 있다. 「뉴욕· 타임스」지는 봉산탈춤 중 노장과 소 무의 구애를 곁들인 대 무를 가리켜『인간적인 진정한 연극』이라는 평가를 내렸고 일본공연에서는 조일 신문이『멋있는 민중의 「에너지」』라고 탈춤의 멋을 격찬했다.
이번 순회공연을 추진했던 한 관계자는 무용·음악·연극 등으로 종합된 가면극이 미국에 소개되자 동양문화의 새로운 파악 움직임이 미국 각 대학의「아시아」문학연구소에 태동할 정도로 큰 충격을 줬다고 지적했다.
한국가면극연구회(이사장 이두현)는 내년 7월중 다시「유럽」각국을 순방, 가면극을 통해 우리 고유의 민족문화를 전파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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