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교 생 7천8백 명이 집단 식중독|변질된 급식「크림」빵에「한국식품」제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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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서울시내 1백73개 초등학교 어린이들이 16일 학교급식용「크림」빵을 먹고 이중 53개교 7천8백72명이 집단 식중독을 일으켰다. 어린이들이 먹은 빵은 서울시교위와 계약한 한국식품공업주식회사(사장 정세학·57·인천시 북구 효성동 535의2)가 제조, 공급한 것으로 곰보빵·「크림」빵 등 두 가지 8만2천 개 중「크림」빵을 먹은 어린이들이 식중독을 일으켰다. 어린이들은 학교점심시간을 이용, 낮 12∼12시30분 사이에 빵을 먹고 2, 3시간 후부터 구토와 복통 등의 식중독증세로 앓기 시작, 병원에 입원하거나 약국을 찾았다.「크림」빵은 제조일자가 13일로 72시간이 지난 16일 아침에 공급됐는데 조사결과 보관 중 변질된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시교위 조사에 따르면 이날 총 8만4천9백8명의 어린이가 급식용 빵을 먹고 이중 7천8백72명이 식중독을 일으켜 1천1백10명이 병원, 4천5백62명이 약방, 2천2백 명이 자가에서 각각 치료를 받았다는 것이다. <관개기사 7면>
1천1백84명은 17일 결석했다.
시교위는 17일 학교급식을 잠정적으로 중단했다.
어린이들이 식중독을 일으킨 초등학교에서는 교사들을 비상소집, 병원과 약국을 돌며 환자실태를 파악했다.
하점생 서울시교육감도 16일 하오9시부터 어린이들이 입원한 병원을 돌며 학부모들을 위로했다.
학교급식은 문교부의 식생활 개선방안으로 실시해 온 것으로 시내 4개의 교육구청 단위로 한국식품 측과 계약. 공급. 수금해 왔던 것.
초등학교 어린이들은 문제의 빵(1개45윈)과 우유(44원·서울우유)「슈퍼D」(41원·삼양식품)등을 학교의 권장에 따라 전체의 25%정도가 매 식하고 있다.
대금은 1인당 1천2백원∼1천6백원씩 윌 별로 선불하면 학교에서 절반이상 납품된 후 은행의 회사측구좌에 입금하도록 되어 있다.

<회사서 학교로 직송>
▲식중독=16일 상오6시∼7시 사이에 제조회사로부터 학교로 직송된 식빵은 낮 12시 점심시간에 어린이들에게 나누어졌다.
식중독을 일으킨「크림」빵은 지난봄까지 급식되다 날씨가 더워지면서 부패의 우려가 있다고 생산을 안 하다가 이날 처음 공급되어 어린이들의 인기를 끌었다.
김동규 군(12·성산국교 6년)은 평소 도시락을 싸 갖고 다녔으나 친구가 급식 받은「쿠림」빵이 맛있다고 1개의 4분의1정도 나누어 먹었다가 발병했다.
김영만씨(54·도봉구 미아2동 767의15)의 장녀 정미 양(10·삼양국교 3년)은 낮 12시30분쯤「크림」빵 l개와 우유를 마신 후 결석한 오빠 진욱 군(13·삼양국교 6년)의 빵을 받아 집으로 갖고 와 큰오빠 김 모 군(B·홍익고 2년)과 나누어 먹었는데 정미양은 하오 4시쯤 복통과 설사를 시작했고 김 군도 2시간쯤 뒤부터 같은 증세를 보였다는 것.
이상히 여긴 아버지 김씨가 이들을 인근 북부의원(원장 김학열·45·도봉구 미아2동 755의3)에 데리고 가 몰려든 어린이들이 모두 같은 증세를 나타내 급식 빵에 이상이 있음을 알았다는 것이다. 어린이들의 증세는 복통·경련·구토·설사 등은 일반식중독과 같았으나 고열이 아닌 미열증세만 보인 것이 특징이었다.

<여관 빌어 입원도>
▲병원=하오4시쯤부터 내과. 소아과 등 학교부근의 병원은 찾아온 어린이들로 붐비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원인을 알지 못해 궁금해하던 부모들도 같은 증세의 어린이들이 몰려들자 급식 빵이 잘못됐다는 것을 알고는『학교에서 권장하는 빵조차 마음놓고 먹일 수 없느냐』고 울분을 터뜨렸다.
가장 환자가 많이 몰린 삼양국민학교 앞 북부의원에는 하오 9시30분쯤 1인용 침대에 2∼3명씩 모두 48을 수용했으나 계속 몰려 인근 신성여인숙의 방을 모두 빌어 1방에 3∼5명씩 치료했지만 도저히 감당하길 못하고 하오 10시쯤에는 교사·간호사 등 이 문을 막고 환자들을 다튼 병원으로 되돌려 보내느라 진땀을 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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