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아파트」의 건축촉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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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금년 들어 주택경기가 오랜 침체에서 벗어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나, 그것이 주택문제의 근본적 해결과는 괴리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음은 우려되는바 적지 않다.
주택문제의 해결은 단지 주택공급을 늘린다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집 없는 사람들을 하나라도 줄이게 함으로써만 참 뜻이 있다.
아무리 주택을 많이 지어도 있는 사람에게 집중되고, 없는 사람은 내 집 갖기가 더 어렵게 된다면 무슨 뜻이 있겠는가.
때문에 주택정책은 양적인 공급의 확대와 더불어 질적인 배분문제도 중요한 고려의 대상이 되어야 할 것이다.
4차5개년 계획에서도 주택정책의 기본방향을 주택건설의 확대, 가격의 안정 외에 민간 대형주택의 건설억제와 소규모 주택건설 촉진에 주력하겠다고 명시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그 동안 급격한 도시화와 핵가족화 등으로 주택의 만성적인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76년 편재 주택부족율은 24·4%에 달하는데 4차5개년 계획기간에 총 1백33만 호를 차질 없이 지어도 81년의 주택부족율은 여전히 20%에 달할 전망이다.
이러한 주택의 절대부족이 근본적인 문제이므로 대형주택의 건설억제와 소규모 주택의 건설촉진은 당연한 방향이라 아니할 수 없다.
그런데도 금년의 주택건설 내용을 보면 소형보다 중·대형에 오히려 치중되어 서민주택 난이 완화될 기미는 좀처럼 보이지 않고 있다.
서울시의 집계에 의하면 현재 공사중이거나 착공예정인 민영「아파」8천6백 가구 중 25평 이하는 30%뿐이고, 나머지 70%가 26평 이상의 중·대형인 것으로 나타났다. 73∼76년엔 25평 이하가 70%이상이었던 것과 비교할 때 민영「아파트」가 갑자기 대형화·고급화해 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민영「아파트」의 대형화는 경제개발에 따른 주생활의 향상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도 있겠으나, 아직 주택의 절대수가 부족한 형편에서 이토록 대형주택을 집중적으로 짓는 것이 옳으냐 하는 의문은 당연히 제기된다. 민간업자들이 소형보다도 대형을 많이 짓는 것은 그만큼 수익성이 좋기 때문일 것이다. 이는 대형「아파트」의 건설에 따른 원가절감과 왕성한 수요에 기인된다.
대형「아파트」일수록 잘 팔리고 인기가 있다는 것은 그만큼 소득격차가 심해 돈이 몰려 있음을 나타내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주택문제 해갈엔 이러한 소득격차가 큰 장애가 되고 있음을 유의해야 할 것이다.
정작 집이 필요한 밑바닥의 무주택 자들은 돈이 없어 집을 못 사고 있다. 주택문제에서 주택가격의 안정이 특히 강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아파트」는 대량생산·경비절감의 묘를 살려 싼값으로 많이 공급하는데 뜻이 있는데, 요즘은 오히려「아파트」가 더 비싼 기현상을 빚고 있다.
물론 민간업자들이 짓는「아파트」의 평수를 직접 통제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관제·금융·행정지도를 통해 민간업자들도 손해를 보지 않고 소형「아파트」를 많이 짓도록 하는 방안도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다.
여기에 보다 높은 차원에서의 주택정책이 요청되는 것이다. 이와 아울러 주택공사가 소형 「아파트」나 연립주택을 짓는 것을 더욱 촉진해야겠다.
73∼74년까지 주택공사가 서울에 지은「아파트」중 26평 이상은 25·7%밖에 안되지만, 이 비중도 점차 민간에 넘기고 소형건설에 더욱 주력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할 것이다.
주택공사는 눈앞의 수지를 떠나서 주택보급 율을 실질적으로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영업활동을 해야 할 것이며, 이것이 주택공사의 존재이유이기도 하다.
정부도 주택건축 면적의 증가에만 집착할 것이 아니라, 그것이 근본적인 주택문제 해결에 부합되도록 부단히「체크」하는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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