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위생」법제의 체계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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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유해·불량식품을 제조·판매하는 엉터리 식품업체가 아직도 우리 주위에서 판을 치고 있다.
보사부당국이 올 들어 세 번째로 실시한 여름철 유해식품 단속결과 대상업체 1천4백84개소 가운데 그 태반인 6백49개소(43%)가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는 사실은 우리사회가 얼마나 불량식품의 늪에 깊이 빠져 있는가를 단적으로 증명해 주는 것이다.
부적합 판정을 받은 업소의 제품 가운데는 조석으로 시민들의 식탁에 오르는 콩나물·두부·육류를 비롯해, 한창 발육기의 어린이들이 즐겨 찾는 사탕·과자 류에 이르기까지 그 종류가 너무도 다양한데 우선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불량식품은 바로 국민보건을 위협하는 가장 무서운 공적이다. 경제가 아무리 고도성장을 지속하고 국민소득이 향상되고 있다 해도 국민의 건강을 좀먹는 유해·불량식품과 그 제조업소가 이렇듯 도처에 범람하고 있다는 현실은 참으로 수치스런 일이라 아니할 수 없다. 한 나라의 생산수준은 곧 식생활의 풍요와 안전도로 가장 잘 측정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유해식품의 공급원이 되고 있는 불량식품업소에 대한 대책은 시급하고도 긴요한 국가적 당면과제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도 우리의 제도나 법규들은 하나같이 아직도 유해·부정식품의 근절과는 거리가 멀고 미흡한 낙후상태에서 곤히 잠들어 있다.
이는 요컨대 유해·부정식품업소의 근절을 위해서는 우선 분산된 식품단속업무의 일원화에 의한 식품위생관계 법령의 개 정·보완이 있어야 하겠다는 말이 된다.
현행법제상에는 식품별로 검사업무가 농수산부·수산청·국세청·보사부 등으로 잡다하게 나누어져 있다.
이 때문에 보사부분야 단속 원이 유해 수산물이나 축산물을 적발해도 그 업소에 대한 처벌을 농수산부나 수산청에 요청 할 수밖에 없고, 다른 분야 단속 원이 주류의 위반사항 내지 유해·불량상태를 적발해도 국세청에 그 처벌을 의뢰해야 한다. 특히 주류의 경우는 음식점에서 위반했을 때는 국세청 단속 원이 적발해도 음식점 허가기관인 보사부당국에 넘기도록 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관별로 지나치게 단속을 하면 소관부처에 대한 월권행위 내지 식품 및 유관산업의 진흥을 가로막는다는 주장을 내세워 행정기관 상호간의 비난사태로까지 비약하는 폐단을 빚고 있다. 이따금 합동단속을 실시하지만, 이것도 유관기관 사이에 도사리고 있는 눈에 보이지 않는「행정의 할거」의식 때문에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불량식품업체에 대한 미온적인 행정조치도 문제다. 과자포장지에서 발암물질인 형광색소가 검출되었는데도 영업정지처분 뿐이다. 공업용 젖산을 사용한 회사가 나왔는데도 출고정지에 그치고 있다. 식용유·「도너츠」등에서 산가가 초과됐는데도 제품폐기 조치로 그만이다.
이렇듯 미지근한 조치를 가지고는 불량식품이나 그 제조업소의 근절이란 백년하청이랄 수 밖에 없다. 특히 포장마차 등 노상 이동식 간이식품업소 같은 무허가업소에 대해서는 통상 즉결에 회부하는 제재밖에 다른 방도가 없다. 이리하여 적발된 무허가 업소의 업주는 즉결심판에 회부돼 5천 원 미만의 벌금이나 30일 이내의 구류처분을 받고는 석방되면, 금방 장소를 옮겨 또 영업행위를 시작한다.
무허가업소에 대한 단속은 이처럼「새 쫓기」식의 악순환만 거듭하고 있다.
유해·부정식품이 국민생활에 미치는 가공스런 폐해를 생각할 때 단 1회, 단 1점의 유해·불량식품을 생산·판매한 경우라 할지라도, 최고의 중형에 처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마땅하다.
이와 함께 우리는 부정·불량식품을 근절해야 할 책임이 시민들 자신들에게도 있다는 점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값이 싸 다는 이유만으로 이를 사 먹고, 또는 자기만 사 먹지 않으면 그 만이라는 식의 방관적 태도는 시민사회의 도의로 보아서도 마땅히 시정돼야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불량식품에 대한 제도적 미비점의 보완과 함께 소비자들의 왕성한 고발정신과 각성을 촉구해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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