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치』에의 향수… 서독에 히틀러 선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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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서독에서는 최근 「나치」독일의 독재자 「히틀러」가 전후 32년만에 처음으로 공공연히「매스컴」에 등장, 화제가 되고 있다. 책방의 점두에는 「히틀러」에 관한 갖가지 책이 진열되어 있으며 「히틀러」의 기록영화를 상영하는 영화관은 젊은이들로 초만원을 이루고 있다. 그런가 하면 주간지는 「커버·스토리」로 「히틀러」를 다루고 있고, 신문에도 「히틀러」에 관한 기사가 눈에 띄게 많아지고 있다.
이러한 「매스컴」의 「히틀러」 선풍에 대해 어느 신문은 『「히틀러」-70년대의 영웅?』이라는 제목을 붙이기까지 하고 있다.
50년대 이후 미국과 영국에서는 역사가·작가·「저널리스트」들이 「히틀러」에 관해 연구를 해 왔지만, 지금 서독의 경♀는 일반 대중이 「히틀러」에 대해 일종의 향수를 느끼고 있는 듯한 증세가 나타난다는 점에서 특정이 되고 있다.
특히 최근 성황리에 상영되고 있는 기록영화 「히틀러」-「어느 경력』은 「히틀러·붐」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프랑크푸르트·알게마이너」지의 부편집장 「요하힘·후에스트」의 저서 『「히틀러」전』을 각색한 이 영화는 2시간 반짜리의 대작으로 서독에서는 최초의 「히틀러」에 관한 장편 기록 영화인데 7월 하순 개봉되자 젊음 층이 모여들어 개봉1주간에 10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제작사의 한사람인 「후에스트」는 「히틀러」 기록 영화 제작 목적에 대해 『지금까지「히틀러」는 금기되어 왔다. 많은 국민은 그를 인간이 아니고 괴물로밖에 인식하지 않았는데 이것은 잘못이다. 「히틀러」가 단순한 범죄자였다면 어째서 한때 독일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았겠는가.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바로 정당한 평가를 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한편 「히틀러」의 기록영화에 대해 일부 주간지·일간지 등은 『극히 위험한 영화』라고 비판을 가하고 있다.
「디벨트」지는 『서독의 젊은이들이 「히틀러」에 관해 전혀 알지 못하며 현재의 사회 정세, 즉 뿌리깊은 반공주의·실업자 급증·좌익「테러」횡행 등에 대한 국민 감정에서 「히틀러」를 미화하는 것은 위험 천만한 일』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에릭·프롬」이 경고한 「자유로부터의 도피」경향이 새로이 나타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우려하는 사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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