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스 중공방문에 따른「제스처」가능성|미국의 방위공약축소 의미는 아닌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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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미국의 정책입안자들이 「아시아」의 미군사력 배치선에서 한국과 대만 「필리핀」 태국을 제외토록 「카터」대통령에게 건의했다는 보도가 「밴스」국무장관의 중공방문 직전에 나왔다는 점에서 대중공「제스처」일 가능성이 있기는 하지만 그것은 미국의 「아시아」전략추세의 기본방향을 한층 구체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미국이 군사력 배치선을 「알래스카」-일본-「오끼나와」-「괌」도로 후퇴시킨다면 이는 6·25를 불러온 1950년의 「애치슨·라인」과도 거의 일치된다.
이것은 미국이 「아시아」대륙과 동남아에서 물러나 동「아시아」연안 도서권으로 후퇴하는 것으로 이 선이 미국 「아시아」전략의 기본 선이기도 했다. 그러나 국제상황에 따라 이 선을 기준으로 하여 전진 또는 후퇴하는 신축성을 보여온 것은 사실이다.
군사적 측면에서만 보면 미국의 「아시아」병력배치선 축소는 예견되어온 것이었다.
69년7월 「닉슨」전 미대통령이 소위 「괌·독트린」을 발표한 이래, 미국의 군사적 역할은 핵우산제공에 국한시키고 「아시아」에서의 국지전에 미국이 지상군을 개입시키는 일이 없도록 일관된 기지축소작업을 진행해 왔다.
이 정책에 따르면 「아시아」에서의 미군기지의 개념은 핵우산제공, 해공군 활동의 지원에 한정되는 것이기 때문에 「아시아」본토로부터 떨어져있는 편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여기서 소위 원격주유라는 전략개념이 대두됐다. 즉 해외기지에 대규모병력을 상시 주둔시킴이 없이 경비절약 목적을 달성해가면서 유사시에는 어느 곳이나 선택적으로 즉시 개입과 기동을 할 수 있는 여유를 갖자는 전략이다.
이 전략에 따라 미국은 인도양상의 「디에고가르시아」섬과 남태평양의 「괌」도 부근의「티니안」섬에 새로운 전략기지를 건설중이다.
따라서 병력배치선의 축소자체가 미국의 방위공약의 축소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구종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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