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잔 여자에 대한 남자의 속마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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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첫사랑을 잊지 못한다는데 과연 그럴까?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 겪은, 여자와의 첫 번째 로맨스. 이제는 빛 바랜 그 기억의 언저리를 더듬어보았다. 남자들이 말하는 ‘나의 첫날밤.’

어디가 어딘지 몰랐던 그날, 가끔 그녀가 생각난다

입학식 때 만나서, 3년을 사귄 여자 친구가 있었어요. 물론, 지금의 아내는 모르지만. 3학년 여름방학 때, 둘만의 여행을 계획했어요. 그 동안 친구들과 함께 여럿이서 여행은 두어 번 가봤지만 둘이서는 처음이었죠. 3박4일 일정으로 속초로 간 우리는 왠지 모를 해방감에, 낯선 곳에 와 있다는 사실에 들떠서는 대포항의 한 횟집에서 술을 잔뜩 마셨죠. 그리곤 취해서 모텔에 들어갔어요.

가기 전부터 ‘이번엔 자자’고 약속(?)을 해놓은데다 그 동안 스킨십은 꽤 있었어요. 그런데, 샤워를 하고 나왔더니 먼저 샤워한 그 애가 긴 타월을 온몸에 친친 감은 채 잠들어 있는 게 아니겠어요. 깨울까 싶었지만, 저 역시 술 때문에 머리가 어지러웠던 데다 ‘이런 식은 아니다’란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그녀를 꼭 안고 잠들었죠. 그렇게 첫째 날은 가고 둘째 날, 드디어 우리는 섹스를 했답니다. 우스운 건 둘 다 처음이라서 ‘어디가 어딘지(?)’ 몰라 헤맸다는 거죠. 한창 진지해야 할 상황인데 자꾸 웃음이 비어져나오더군요. 그렇게 ‘첫날밤’을 치렀답니다. 그 뒤로 2년을 더 사귀었는데, 군대에 가 있는 동안 딴 남자 만나더니 시집가버렸어요.

가끔, 아주 가끔 생각납니다. 사귄 기간이 길었으니까 아무래도 그녀와의 섹스가 기억난다기 보다는 그냥 ‘이런 일이 있었구나’ 하는 생각, 추억이 떠오르는 정도죠. 아내한테 얘기는 안 했지만 그렇다고 특별히 미안하거나 하지는 않아요. 적어도 전 아내를 사랑하니까요. 김희수(29세, 결혼 2년차, 게임 프로그래머)

동네 놀이터 벤치에서의 첫날밤, 지금은 그녀를 잊었답니다

좀 우습게 들리겠지만, 제 첫 상대는 동네 누나였답니다. 저보다 다섯 살이 많았지만, 어려서부터 한 동네에 살아서 그런지 친한 편이었죠. 고등학교 3학년 여름이었어요.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야간자율학습이라고 해서 밤 10시까지 학교에서 공부하다가 집에 돌아오는 길이었죠. 골목에서 누나와 마주쳤는데 술 냄새가 풍기더군요. 절 보더니, 웃으면서 아주 반가워하더라구요. 술 취해서 들어가면 혼난다고, 놀이터에서 깰 때까지 말동무를 해달라고 하더군요. 그런데, 놀이터 벤치에 앉아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그 누나가 갑자기 제게 키스를 하는 거였어요.

그때까지 키스는커녕 여자 손목도 안 잡아본 제가 용기가 어디서 났는지 누나 가슴을 더듬었어요. 그러다가 그 벤치에서 일을 치르고 말았죠. 나중에야 알았지만, 그 누난 경험이 많은 사람이었어요. 아무래도 그 누난 처음부터 날 꼬실(?) 생각이었나 봐요. 아무튼, 그 후로 대학을 서울로 오면서 자연히 연락이 끊겼죠. 대학 때 처음 만나서 결혼한 지금의 아내는 자기가 ‘첫사랑’인 줄 알아요. 그래서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답니다. 어수윤(32세, 결혼 5년차, 캐릭터 디자이너)

무표정한 직업 여성, 생각하기 싫군요

저요? 상당수의 대한민국 남자들과 비슷해요. 입대 전날, ‘청량리 588’이라 불리는 곳에서 ‘첫날밤’을 지냈답니다. 군대 가는데 여자 친구도 없는 제가 불쌍하다면서 친구들이 그 달 용돈을 모았다더군요. 아무튼, 신촌에서 대낮부터 술을 마시기 시작해서는 10시쯤 일찌감치 청량리로 향했어요. 어떻게 거기까지 갔는지, 돈은 누가 얼마를 냈는지 이런 건 하나도 기억이 안 나요. 그냥, 정신을 차려보니 희미한 불빛 아래에서 여자가 저를 내려다보면서 가슴을 더듬고 있었어요. 그리고선 아주 서툴게 관계를 치렀어요. 금방 끝나더군요. 우습지만, 그런 직업 여성들은 키스를 안 한다는 얘기가 생각나서 키스해도 되냐고 물었더니 해주던걸요. 한 가지 더, 누워 있는 제 위에서 삽입을 하던 그녀의 무표정한 얼굴이 생각나는군요.

제 아내요? 알아요, 이 얘기. 그냥 철없던 시절에 멋모르고 한 일이니까 이해하더군요. 그다지 로맨틱하지도 않았고 특별하지도 않았던 탓에 생각하고 싶지 않답니다. 박재주(33세, 결혼 3년차, 대학 강사)

미니 리서치‥‥‥‥‥‥‥‥‥‥‥‥‥‥‥‥‥‥‥‥‥‥‥‥‥

결혼 5년차 이내 직장인 100명에게 물었습니다.

당신의 ‘첫날밤’ 상대는?
1위 여자 친구(아내 포함) 47%
2위 직업 여성 27%
3위 기타(학교 선후배 등등) 26%

결혼 후 ‘처음 잔 그녀’를 생각해 본 적이 있나요?
1위 있다 64%
2위 없다 27%
3위 기억하고 싶지 않다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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