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서독의 힘...『게르만』적 규율과 질서|질서의 원천 아버지 구성. <글 박중희·사진 이창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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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우리야 요새 흔히들은「모국방문단」하는 식으로 고국을 「모국」이라고 부른다. 딴사람들도 그렇다. 영국사람들은 「템즈」강을 「머더」라는 표현을 붙여 「어머니 템·즈」라고 부른다. 그러나 독일엔 모국이란 말이 없다. 그건 어디까지나 아버지나라인「파털란트」다. 「라인」강도 표현은 아버지 쪽이다.
아버지가 주다. 그리고 거기에 붙는 권위도 자연히 준엄하다. 애들도 아버지 말이면, 곧 잘 듣는다. 가족의 체통이나 질서도 그래서 흔들리는 도가 딴 곳보다는 낮다. 집안에서뿐만 아니다.
아버지적 권위가 힘을 쓰는 건 사회에서도 비슷하다. 그게 아주 큼직한 장자가 붙는게 아니더라도 하나 위의 자리, 몇 해 위의 선배라도 「위」면 「밑」에 대한 거의「부권적」이라고 할 권위가 붙는다. 과실장수아주머니가 순경에게 「자네」나 「너」라는 뜻의「두」라고 했다가 벌금형을 받은 것도 권위라는 것을 유달리 의식하는 독일이래서 있을 수 있었던 일이었다.
하긴 딴 나라라고 해서 위계질서가 없는 나라란 없다. 또 권위라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 리도 없다. 그런건 독일이건 어디건 다 같다. 좀 다른 게 있다면 모든 게 변화하는 바람에 이런 것들 또한 뒤틀거리기가 일쑤인데도 독일의 경우 적어도 뒤틀거리는 품이 덜하다는 거다.
그건 우선은「아버지」·어른·영도자하면 일단은 고개를 숙여버릇한 오랜 전통 탓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독일사람이라고 해서 덮어놓고 그러리라고 믿긴 아무래도 어렵다. 아버지가 매일 밤 혼자 술을 먹고 들어와선 가족들을 까닭 없이 두드려준다면 독일이래서 아버지의 권위가 끄떡 안 할린 없을 거다.
한 교포는 독일에서 「골프」가 성하지 않는 이유를 『그게 한 가족이 다같이 할 수 없는 놀이기 때문』이라고 제나름의 풀이를 하고 있었다. 독일의 아버지들은 뭐든 다같이 집단적으로 하길 좋아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아버지의 권위는 그저 아버지로 태어났거나 살다보니 그렇게 돼서라기보다는 공동의 터전에서 집단의 이익을 만들고 지키는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그래서 권위라는 게 긍정도 되고 위계질서가 반동적 위협을 덜 받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독일 아버지들은 의외로 약은 아버지들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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