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파병 홍역' 잠재울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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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청와대 홍보.정무수석실은 1일 바쁜 하루를 보냈다. 연설문팀은 종일 노무현(盧武鉉)대통령의 취임 후 첫 국회 국정연설 원고를 다듬었다.

문희상(文喜相)비서실장과 유인태(柳寅泰)정무수석 등 정무 라인은 서울 여의도에서 여야 의원들을 접촉하며 파병안 찬성을 거듭 요청했다.

청와대는 盧대통령의 연설이 초반 정국의 순항 여부를 가를 것으로 보고 있다. 파병안 국회 통과가 반전 여론 때문에 예상 외의 홍역을 치르고 있기 때문이다.

파병안이 처리되지 않으면 盧대통령의 입장은 매우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노사모와 일부 시민단체 등 '우군(友軍)'들과의 관계에 이상 기류가 생겨 특별한 전기가 없을 경우 집권 1년차와 내년 총선 국면을 관리하기가 쉽지 않다는 판단이다.

당초 盧대통령은 국회 연설 주제를 폭넓게 잡으려 했다고 한다. 이는 대통령의 임시국회 연설이 김영삼(金泳三)전 대통령 시절인 1993년 9월과 11월 두차례뿐이었다는 점을 감안한 결정이었다.

전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2000년 6월 16대 국회 개원식에서 연설한 게 유일하다.

이 때문에 지난달 22일 盧대통령의 국회연설이 결정됐을 때는 여야 상생의 정치와 북핵의 평화적 해결 등을 주 의제로 삼으려 했다고 한다. "파병이야말로 국군통수권자의 권한인 만큼 과연 설득까지 해야 하느냐"는 기류도 있었다.

그러나 최근 상황이 그렇게 한가하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연설의 무게 중심을 '파병의 당위성'설득에 맞췄다고 한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국익이라는 관점에서 파병을 논리적으로 설득하는 데 상당량을 할애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순간의 인기를 보고 국가 중대사를 결정할 수 없으며 1년 뒤에라도 '그 때 파병하기를 잘 했다'는 얘기가 나오면 된다는 비장한 각오로 임했다는 盧대통령의 고뇌 토로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표(金振杓)재정경제부 장관은 "파병안이 부결되면 우리 경제에 부담을 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상황이 청와대의 바람대로 흘러갈 것인지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파병 반대를 주장하는 노사모와 시민단체들이 盧대통령의 이해 당부를 수용할 가능성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盧대통령의 연설로 '우군 세력'과의 관계가 재정립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청와대도 이 같은 측면을 의식해 파병 찬성 의원들에 대한 시민단체의 낙선운동을 비판하는 대목을 연설에 포함시키느냐로 고심 중이라고 한다. 자칫 격앙된 시민단체를 자극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다만 盧대통령은 정당 개혁에 속도를 내 줄 것을 주문함으로써 시민단체의 가장 큰 불만인 '개혁 미흡' 비판을 무마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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