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 분단의 요구 흡수할 체계필요|“상대적 빈곤감” 해소도 시급한 과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아세아정책연구원(원장 민관식)은 3일 『한국의 정치발전과 경제발전』이란 주제로 학술「세미나」를 가졌는데 다음은 임희섭 교수(고려대)가 발표한 『한국의 사회발전과 가치관』요지이다. <편집자 주>
근대화를 추진하는 사회의 「엘리트」가 사회발전을 통하여 어떤 가치의 구현을 열망하고 있느냐에 따라 그 사회의 발전가치를 규정지을 수 있다. 따라서 발전가치는 그 사회가 특정한 역사적 시기에 당면한 중요체계문제가 무엇이냐에 따라 크게 영향을 받는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한국근대화과정에서의 주된 발전가치가 개화·독립·민주화·경제적 공업화·사회복지 등의 5가지 중심으로 변화돼왔다고 할 수 있다.
이조말기에 있어서의 가장 중요한 체계문제는 체계의 독립상실의 위협이었으며 식민지화의 위협을 극복키 위해선 한국사회가 「개화」돼야한다고 믿고 있었다.
일제 식민지하에선 독립의 상실이었으며 따라서 이 시기의 가장 중요한 발전가치는 「독립」이었다.
해방에서 5·16까지의 기간동안 한국사회가 안고있던 중요한 체계문제는 ①국토의 분단 ②정치적 이념적 갈등 ③외원에의 의존적 경제 등이었다.
이 시기에 끊임없는 공산주의자들의 침략위협과 6·25동란경험, 그리고 미국문물의 영향으로 민주주의를 최선의 정치제도로 받아들였고 「민주화」가 곧 사회발전이라고 믿게 되었다.
5·16으로부터 시작된 1960년대의 체계문제는 ①증가하는 안보위기 ②의존적 경제 ③정치권력의 정당성과 효율성의 문제였다. 이런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권력 「엘리트」들은 경제자립과 「경제성장」을 주도적인 발전가치로 부각시켰다.
그러나 경제성장은 국민들의 생활수준을 향상시킨 한편 동시에 기대상승을 촉발하여 상대적 빈곤감을 발생시켰다. 그 결과 1970년대의 발전가치는 경제성장으로부터 「사회복지」로 이행하고있다.
이와 같이 시대적으로 변화해온 발전가치가 안고있는 구조적 긴장의 성격은 어떠한가?
경제발전을 가장 중요한 근대화의 발전가치로 생각하는 면에서는 지적「엘리트」나 권력 「엘리트」나 크게 다를 바 없으나 양자 사이에 「경제발전」과 「민주화」라는 가치지향의 견해차가 긴장의 근원이 되고 있다.
특 권력 「엘리트」들은 경제발전, 그리고 안보가치의 증진을 위해선 민주화의 속도를 어느 정도 늦추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하는 반면 지식「엘리트」들은 안보를 저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경제발전 속도가 조금 늦더라도 민주화를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는 견해를 갖고있다.
또 하나의 구조적 긴장은 정치적인 참여문화의 빈곤으로 인한 정치불안정이다.
정치적 참여문화는 권위주의적 정치문화를 극복 못할 정도로 강력하지 못하며 광범한 대중들의 경우는 오히려 신민적 정치문화가 지배적이다.
또 전통사회에서 근대사회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가치변화 속에서 성취동기와 기대상승으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은 범죄의 급증과 소년비행의 원인이 돼 폭발적인 사회문제가 잠재되고있다.
그 같이 복잡하고 과중한 체계문제와 발전가치를 해결해 나가려면 강력한 정치적·경제적 중심의 강화와, 점증하는 참여와 분배의 요구를 흡수할 수 있는 체계의 강력성이 동시에 요청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