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제3의 불」시대에 돌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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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바야흐로 「제3의 불」원자력시대가 개막되려는 역사적 순간이다.
새로운 불의 탄생을 위한 지난 15년간의 각고와 진통, 그리고 인내 끝에 배달겨레의 소망인 고리 원자력 발전소가 4월23일에서 26일까지 핵연료의 장전을 끝내고 6월초부터 시운전에 들어갈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다.
이로써 우리 나라는 세계에서 20번째, 동남아에서는 일본다음으로 원자력보유국이 되는 자랑스러운 국가가 된다.
경남 양산군 장안면 고리. 부산에서 해안을 따라 북으로 약30㎞지점에 위치한 무명어촌이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명소로 변했다.
착공당시 2백여 가구의 거센 반발의 흔적도 이제는 찾아볼 수 없고 부근 월내리의 거리는 한때「텍사스」촌을 방불케 했다가 준공이 가까워짐에 따라 지금은 다소 침체된 듯. 그러나 부근의 고리 2호기 건설과 더불어 다시 활기를 띨 전망이다.
고리발전소가 기공된 것은 71년3월19일. 당초 완공예정은 75년12월이었으나 그 동안 유류 파동 등으로 기자재의 공급이 여의치 못해 2년이나 늦어졌다.
투입된 총 공사비는 외자 1억7천3백87만9천「달러」·내자 6백94억8천1백만원 등 총1천5백38억l천3백만원에 달하고 투입된 연인원만도 2백만 명에 달하는 대역 사였다.
「웨스팅하우스」가 주 계약자가 되어 원자로계통의 설계·기기 공급 및 초기 핵연료공급을 맡았고 영국전기 및 「윔피」사(EEW)가 발전기계통을 맡았다.
현재 전공정의 97%이상이 끝나 6월초 역사적인 점화와 시운전을 거치면 11월말쯤 드디어 상용발전을 개시하게 된다.
예상발전단가는 ㎾당 9원21전. 화력보다 6원16전이 싸며 연간 2백13억원을 절감할 수 있게 된다.
시설용량은 59만5천㎾. 국내 단일 발전소로서는 최대용량으로 주로 영남일대에 전력을 공급할 예정. 이를 위해 현재 l백54「킬로·볼트」와 3백45「킬로·볼트」고압 변전시설을 갖추고 있다.
원자력발전은 자원고갈시대의 총아. 현재 19개국에서 1백79기(8만7천「매가·와트」)가 가동중이고 앞으로 7백2기(58만9천「메가·와트」)가 더 건설될 예정이다.
정부의 원자력발전계획에 의하면 86년까지 모두 5기(용량 3백72만㎾)의 발전소를 건설해 전체전력의 20%를 담당할 계획. 지금 고리 2호기가 1호와 바짝 붙어 정지작업 중에 있고 그 뒤 ○지점에 5, 6호기 부지를 위한 지질조사가 진행중이다. 고리발전소의 노형은 가압수형 원자로(PWR). 연료로 「우라늄」235가 2.7∼3.4% 함유된 저농축「우라늄」쓰는데 핵반응으로 생긴 고열에 의해 뜨거워진 물을 별도의 열 교환기에 보내 그곳에서 증기를 발생시켜 「터빈」을 돌림으로써 단기를 생산하는 것이다.
고리발전소의 알맹이는 지상 60m·지하 10m·직경 35m의 거대한 원통형의 격납 용기. 두께 3.657㎝의 강철판을 용접한 것이다. 이 안에 원자로가 붙어있고 바깥에는 방사능과 고열을 막는 두께 1m가량의 철근「콘크리트」벽이 둘러쳐져 있다. 장전된 핵연료는 약3년 분에 해당되는 48t.
6월초 역사적인 점화를 위해 마지막 손질에 여념이 없는 80여명의 외국기술진과 2백여 명의 국내기술진들은 지난 6년 동안의 인고와 땀이 결실되는 「그날」을 헤아려 보고있다. <고리발전소=신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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