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례행사」지양 항구적 이웃돕기 종로구민들 장학금고 발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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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대문을 굳게 잠그고 철조망을 높이 치쌓기만 하던 도심 한복판 사람들이 가슴을 활짝 열어젖히고 어려운 이웃을 돕자고 나섰다.
종로구유지들이 스스로 모여 일단계사업으로 불우 아동을 위한 장학금고를 설치한 것.
지난17일부터 시작된 이 운동은 첫날 1백60만원의 성금이 모였고, 연내로 1천만원, 3년 뒤에는 3천만원을 모아 종로구관내에 살면서 돈이 없어 공부를 계속하지 못하는 중·고등학생 1백명을 골라 등륵금 전액을 대주고 사정이 딱한 주민들을 돕기로 한 것이다.
장학금고 운동을 제일 먼저 발의한 사람은 B소아과원장 방영혜씨와 정예식장사장 최영석씨, P가구사장 김문기씨등 6명.
종로구관내에서 비교적 여유있는 생활을 하고 있는 이들은 지난3월초 구정자문위원회에 참석했던 자리에서 매년정초·추석·연말등에 관내의 어려운 사람을 위해 씰·연탄·옷가지를 모아 주는 것도 좋지만. 이러한 소비적인 이웃돕기보다 더 보람있고 장기적인 이웃돕기가 없겠느냐는 의견을 나누었다.
그 결과 성금을 모으는 운동도 계속하면서 좀 더 장기적인 안목에서 장학기금을 조성, 공부를 하고 싶어도 학업을 계속하지 못하는 어려운 학생들을 돕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에 따라 4월27일 이같은 내용의 취지문을 관내 각 직강·기업체·독지가들에게 발송했다.
결과는 바로 다음날부터 나타났다. 제일 먼저 연락을 한 사람은 청진동에서 한정식점을 경영하는 주정순씨 (56·여) . 주씨는 『이제는 여생을 보람있게 보내고 싶었는데 기회를 주어 고맙다』며 『얼마고 간에 돈을 내놓겠다』고 선뜻 나섰다.
D교육보험·S기업·적십자 병원 등 관내 각 단체에서도 속속 장학금고에 기금을 내겠다는 의사를 밝혀 21일 현재 55명이 승낙서를 보냈다. 그 중에는 부유한 가정의 학생이 참가의사를 보내오기도 했다.
이렇게 독지가들이 모여들자 이들은 자신을 갖고 지난 17일 종로구청에서 정식으로 장학금고발기총회를 열고 규약을 만들었다.
장학금 지급대상은 종로구에 거주하는 영세민·원호대상자·통반장·청빈공무원·청소원자녀등 학업성적이 전학년의 50%이내인 학생 및 진학예정자로 했고 우선 올6월중 중학생 50명에게 2만5천원씩, 고교생 50명에게 3만5천원씩 지급하기로 했다.
장학금고 발기총회에서는 즉석에서 종로구자문위원회에서 40만원. 공영회에서 20만원, 최영석씨가 30만원, 김문기씨가 20만원, 방영산씨가 10만원. 기타 독지가가 40만원을 냈으나 관계자들은 이달안으로 최소한 1천만원을 돌파한 것으로 내다보고 이 운동을 앞으로 영세민 주택마련, 난치병 구호등에까지 확대키로 했다. <신종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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