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자금의 지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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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지원은 양적인 측면만이 중요한 게 아니라 질적 구조면에도 더 큰 개선이 이루어져야 하겠다.
기업은행이 주로 맡고 있는 중소기업자금은 적어도 량으로는 지난해보다 많이 늘어났다. 지금 계획으로는 올해 중 정책자금 1천억 원을 포함하여 모두 4천4백59억 원을 중소기업자금으로 배정해놓고 있다. 이는 지난해의 순증 2천억 원에 비하면 큰 진전이다.
특히 지난해 3월 이후 전 시중은행 대출의 30%를 중소기업에 대출하도록 의무화하고 단자회사·지방은행·보험회사 자금도 일정 율을 중소기업자금으로 활용하도록 함으로써 이전보다는 훨씬 자금융자의 길이 넓어진 것은 다행한 일이다.
그러나 이런 일련의 자금지원 계획은 어디까지나 계획일 뿐 실제로 비 전담 금융기관의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이 계획대로 이루어진 적은 아직까지 한번도 없었다. 이미 오래 전부터 시은의 자금운용규정은 일정율 이상의 중소기업대출을 의무화하고 있지만 언제나 그 실적은 미미했던 점을 고려할 때, 보험·단자 등 소위 비 은행금융기관의 의무화가 얼마나 실효를 거둘지는 심히 의심스럽다.
물론 이런 현실은 상권의 안전확보라는 결코 가벼이 볼 수 없는 금융기관 자체의 제약요인 때문일 것이다.
중소기업의 일반적 담보능력과 자금지원을 따로 떼어 생각할 수 없는 현실은 결국 제도적으로 보완하든가, 아니면 정부자체가 더 큰 몫을 맡든가 해야지 행정적으로만 대응하려면 자연 무리가 따르지 않을 수 없다.
이 점에서 보면 신용보증기금의 창설과 활용은 중소기업 계를 위한 획기적인 전환이 필 수 있다.
다만 아직도 초창기에서 업계가 기대하는 만큼 적극적인 기능발휘가 어려운 점에 비추어 당분간은 정책자금의 확보에 치중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올해 계상된 1천억 원의 정책자금은 비록 지난해보다 배증 된 것이기는 하나 지금의 자금수요 규모에 비하면 태부족한 상태에 있다.
지금까지의 중소기업자금 수요는 상대적으로 운영자금 측이 문제되었으나 공업구조의 심화와 계열화의 추진으로 최근에는 오히려 시설자금이 크게 달리는 실정이다. 특히 자금 「코스트」에서. 유리한 재정자금의 지원이 넉넉지 못한 탓으로 장기저리의 시설자금수요는 거의 충족될 길이 없는 실태에 있다.
76년 말 현재 기업은행의 대출운용이 거의 80%까지가 운영자금이고, 설비자금은 13.3%에 불과한 것도 이런 사정과 연관된다. 대출재원의 92%가 금융자금과 차관자금이고 재정자금은 겨우 8.2%에 불과한데서 나타나듯이 지금의 정부지원은 아직도 미흡하다.
정부는 중소기업시설자금의 일부를 자본시장에서 직접 기채 하도록 사채발행을 새로이 허가했으나 투자자보호의 명분 때문에 자격요건이 한정되어 일반 중소기업들이 이용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신용보증대출의 비중을 늘리기 위한 여러 가지 지원을 더 강화하는 노력과 함께 이미 계획된 자금이라도 적기에 공급될 수 있도록 비 전담 금융기관을 독려해야 할 것이다.
특히 지금 같은 금융 긴축 기에는 금융력이 좋은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의 타격이 훨씬 크다는 점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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